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돌봄'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가정과 개인의 당면 문제이자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돌봄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지역소멸과 초저출산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시대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은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위한 담론과 실천적 대안 마련을 위해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으기로 하고, [기획특집-돌봄]을 연재합니다. 연재에서는 단기적 방향에서 전문 인력의 협력 구조 구축과 장기적 방향에서 통합 돌봄 케어 시스템 구축에 있어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전용호 교수
전용호 교수

"장기요양의 발전 방향과 통합돌봄법Ⅰ"(제17조)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17조(장기요양)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쇠 등으로 인한 통합지원 대상자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과 관련한 다음 각호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조제1항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노인성질환예방사업

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제1항에 따른 재가급여 및 시설급여

3.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서비스

인구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노인의 숫자가 늘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정신질환인 등 장기간 다른 사람의 돌봄을 제공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대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노인은 성인자녀의 부양의식과 돌봄 기능이 약화되면서 국가에 의한 공적인 돌봄제도를 통해서 일상생활을 지원해야 하는 수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노인인구의 약 10%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재가와 시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냐는 통합돌봄법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을 통합돌봄법의 핵심 대상자라고 밝히고 있어 그 중요성은 크다. 앞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법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1. 2008년부터 지금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는 불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지난 2008년에 도입된 이후에 서비스의 종류가 계속 동일하다.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복지 용구 등의 재가급여와 요양원의 시설급여로 구분된다. 최근에 통합재가급여가 도입됐지만, 방문요양과 방문간호를 결합한 것일 뿐 새로운 서비스 종류는 아니고 제공기관도 별로 없다. 

복지 선진국들은 장기요양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 신규 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노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속가능성의 입장에서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쉽게 말하면 ‘재정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보고 재정의 적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돌봄 욕구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간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 예산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에 대해서만 주로 걱정했다. 사실 그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새로운 급여를 도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업무를 하기 꺼려왔다. 완벽한 정부 실패다. 관료제에 기반한 소극적인 업무 처리와 정책적인 게으름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가서비스는 방문요양인데 주로 기본적인 가사수발과 신체수발 중심의 서비스다.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서비스의 전문성은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북유럽국가에서는 빨래, 청소와 같은 가사서비스는 전문업체에게 외주를 주는 식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대신에, 고난이도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불필요한 병원 및 요양원의 입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령,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재가서비스의 핵심인력은 간호사다. 핀란드는 노인돌봄에 적합한 3년 양성과정의 실무간호사 제도가 별도로 있다. 

그러나 갈수록 가족에 의한 노인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의 서비스 종류를 적극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방문요양 중심의 단순 서비스에서 탈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신규 돌봄서비스를 늘리자고 주장하지만 그럴 경우에 지자체마다 여건이 달라서 급여 제공의 격차가 발생한다. 노인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필수 서비스는 보험 방식으로 전국에서 모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재활서비스를 신규 급여화하자. 

지역사회 통합돌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노인들이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에도 집과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러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 중의 하나는 재활서비스다. 현재의 재활서비스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대부분 병원에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한 노인들이 퇴원한 후에 집과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려면, 집과 지역사회에서 노인의 약화된 기능을 실질적으로 재활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가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reablement’ 라는 서비스를 최대 6주간 제공해서 노인이 퇴원 후에도 직접 일상에 필요한 활동을 독립적으로 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기능의 중증화 예방을 위한 서비스로 강조되고 있다. 

사실 재활서비스의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비전에서도 제시된 사항이었지만 그 이후에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역할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야무야 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욕구 사정에서도 재활욕구는 중요 사항으로 측정하지만 정작 제공할 서비스는 없다. 그러나, 그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등에서 지역기반 재활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노인들의 약화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도록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를 활용한 재활서비스를 적극 확대 보급해야 한다. 

3. 이동지원서비스를 신규 급여화하자. 

노인은 허약해지면서 근육량 감소 등으로 인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농어촌과 도농복합지역에는 버스와 같은 공공 교통시설도 자주 운행하지 않아서 이동이 어렵다. 현재 노인으로만 구성된 가구가 70%를 넘어섰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동지원 서비스를 신규 급여화하는 것은 시급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이동지원서비스를 신규 급여화해서 노인의 차량 지원과 동행 서비스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노인이 필요한 병원 방문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등의 구매가 가능해질 것이다. 농어촌 노인들에게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동지원서비스를 신규 급여로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시범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있으므로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을 모색하자.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