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혐오·차별 표현을 담은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별도로 혐오 현수막의 철거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며 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개혁진보4당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개정안 처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주도로 소위 통과..."종교·출신 국가·지역 차별 문구 금지"
지난 20일 소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한 현수막은 금지·제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8조 8항을 삭제하고 대신 종교·출신 국가·지역 등을 차별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게시할 수 없도록 했다. 소위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두 명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위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혐오와 차별적 (내용이) 심각하다"며 "대결 정치 폐해와 같은 내용이 현수막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 국고 보조금 중 70%를 현수막에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여러 문제로 (정당 현수막에) 손을 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2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한 뒤 오는 27일 본회의 처리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혐오 현수막 가이드라인 발표..."다수 민원 제기돼도 철거 가능"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 혐오·비방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관리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 현수막이어서 철거를 못 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피해 당사자 또는 여러 사람이 민원을 제기한 경우에도 금지 광고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내용 등은 제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현행법 제5조의2는 △범죄행위 정당화 △음란·퇴폐적 내용 △청소년 보호·선도 방해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 등 6가지 유형을 금지하고 있다.
행안부는 "특정 국가 또는 구성원에 대한 혐오 감정을 유발하거나 비방성 허위 사실을 표현한 경우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금지 광고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혐오 현수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옥외광고물법 및 정당법 개정안의 처리에도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혁진보4당 "정당활동 자유 침해...옥외광고물법 개악 중단하라"
반면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원내 개혁진보4당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 주도로 진행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거대양당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혐오 현수막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정춘생 조국혁신당 최고위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개혁진보4당은 "정당 현수막에 대한 옥외광고물법 적용배제 조항은 지난 2022년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삭제될 경우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이나 지자체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현수막 철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개정안이 읍·면·동별 2개 이하로 정당 현수막을 제한했던 규정을 삭제해 "정당 현수막 난립 가능성을 오히려 높인다"고 지적했다.
개혁진보4당은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하면 정당 활동의 자유는 2022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며 "정당 현수막 승인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소수정당에 대한 정치적 제약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에 정당 현수막이 준수해야 할 내용 규제 요건만 신설해도 혐오 현수막 규제가 가능하다"며 "혐오 현수막을 규제하려고 정당 현수막 자유를 봉쇄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진보4당은 "거대양당 모두 혐오 현수막 규제를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에 기댈 것이 아니라면 규제 강화를 수용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혐오 현수막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