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슈타인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7화

사회 계층의 문제에서도 예견과 다른 측면이 드러났다. 산업의 집중이 중간층을 완전히 말소하고 극소수의 대자본과 거대한 무산층만 남긴다는 도식은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소기업은 도태되는 만큼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되었고, 특히 농업과 축산처럼 심리적·직업적 애착이 생산성을 보완하는 분야에서 소·중농의 존속과 적응력이 강하게 나타난다. 대기업의 성장과 함께 비인격적 소유, 곧 주식과 유한 책임 형태의 공동 소유가 급증하면서 ‘자본가의 수’는 줄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해 증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상층의 부 집중은 강화되지만, 중간층은 다양한 층위로 재구성되며 완전한 소멸로 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상층과 하층 사이의 간극이 커지며 사회적 불만과 긴장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노동자 계급의 수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지만, 불안정과 경기 변동의 파고는 여전히 그들을 취약하게 만든다.

경제 위기에 대한 도식적 ‘붕괴 이론’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위기가 점점 촘촘하고 파괴적으로 되풀이되어 조만간 전면 붕괴로 귀결될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실제의 순환은 장기적으로 다른 궤적을 보였다. 시장의 확대, 산업의 자기조정, 카르텔의 생산 조절 등은 위기의 충격을 분산·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카르텔은 다른 부문에 비용을 전가하며 가격 경직성을 키우는 부작용도 낳는다. 요점은, 세계경제라는 대양에서는 파고가 덜 요동치는 듯 보여도, 개인의 삶과 노동 시장에서는 불안정과 위험이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붕괴’의 자동 예언 대신, 실제 변동과 상호작용을 반영한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주의 실천의 비중을 ‘현재 활동’으로 이동시킨다. 현재 활동은 단지 ‘대위기까지의 임시 방편’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실질적 준비 작업이다. 의회에서의 입법 투쟁과 제도 개혁, 지방자치에서의 공공서비스·도시 정책·사회적 소유 확대,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교섭력 강화, 노동자소비조합의 확장 등은 모두 사회구조를 점진적으로 사회화·민주화하는 수단이다. 과거엔 이를 부차적이라 여겼으나, 이제는 온전한 마음과 충분한 의식을 가지고 수행해야 할 중심 과제다. 노동자에게 ‘최종 목적’이라는 유토피아를 제시해야만 동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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