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가 지난 24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30대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소유율은 25.8%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30대 무주택 증가의 배경에는 서울 집값 급등과 공급 부족, 강화된 LTV·DSR 규제, 혼인 지연과 1인가구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는 2015년 47만5606가구에서 2018년 45만6461가구까지 감소했으나 2019년부터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 폭도 2021년 3000가구대에서 2022년 1만5000가구대, 2023·2024년 1만7000가구대로 커졌고, 지난해 증가 폭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반면 30대 주택 소유 가구는 2024년 18만3456가구로 줄어들어 관련 통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30대의 자산과 서울 집값의 괴리
30대가 서울에서 주택을 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은 더욱 좁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억5402만원에 그친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KB부동산의 2025년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4000만원이다. 현행 LTV(담보인정비율) 40% 규제 에 적용해보면 서울 아파트 구입을 위해 최소 7억4400만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5일 공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 보고서는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마련하기에는 자금 조달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디딤돌대출의 부부합산 소득 기준과 대출 한도 역시 현 시장 가격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해당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 가능액은 더 줄었다. 연소득 8000만원 가구가 금리 4%,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 대출 가능액은 4억7009만원에서 규제 적용 후 4억1023만원으로 5983만원(12.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자산 가구일수록 주택 구매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는 구조다.
전세에서 월세로, 서울 임대시장의 급격한 변화
30대의 내 집 진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임대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임대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월세화'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플래닛이 25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서울시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및 전·월세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9.3%에 달했으며 순수 월세만 유일하게 5.4% 증가했다. 전세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진 현실이 월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월세전환율은 평균 5.6%로 나타났으며 노원구(6.7%), 서대문구(6.4%), 종로구(6.3%) 등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세가율은 서울 평균 62.9%였으나 도봉구(77.4%), 강북구(76.4%), 강서·관악구(각 75.2%) 등 일부 지역은 70%를 넘어섰다.
부동산플래닛은 "전세 보증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보증금 비중이 낮은 순수월세 거래가 증가했다"며 "임대 시장의 월세 중심 재편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자" 생애 최초 매수는 다시 증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는 다시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5~10월 서울에서 생애 첫 집을 마련한 무주택자는 3만5823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2030 청년층 비중은 59.8%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이 같은 '막차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같은 달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1.19% 상승해 2018년 9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국토연구원이 같은 달 발표한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는 서울 주택 매매 소비심리지수가 137.5로 조사돼 상승 국면을 유지했다.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불평등이 주거 불평등으로
자산 수준에 따라 주거 여건이 크게 달라지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년 새 5.4%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2.0% 감소했다. 자산 증가 속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주택 구입 능력에서도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 아파트 가격 격차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3구'의 아파트 ㎡당 가격은 2.5배 이상 올랐다.
반면 도봉구·강북구·중랑구 등 동북권 지역의 상승 폭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자산 가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주거 여건 역시 갈수록 양극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 주택 소유 구조도 청년층에 불리하게 변했다. 통계청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1597만여 명 가운데 50대가 404만1000명(25.3%), 60대가 367만6000명(23.0%)으로 50·60대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50대·60대·70대 이상 연령층의 소유자는 모두 증가한 반면 40대 이하에서는 감소해 주택 소유 주체의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30대 이하의 서울 주택 진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내 소유 비중은 86.3%로 전년과 같았지만 그 안에서 청년층의 소유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무주택자였다가 올해 유주택자가 된 인구가 81만8000명에 달한 반면 유주택자에서 무주택자로 내려온 인구도 36만5000명으로 나타나 연령·계층별 주택 소유 안정성의 격차가 확인됐다.
종합하면 주택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 임대 시장의 월세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자산 수준에 따라 주거 선택지가 달라지는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서울에서 주택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간극이 계속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디딤돌대출·특례대출의 소득 기준과 대출 한도의 현실화, 규제지역의 선별적·탄력적 운영, 실수요자 중심 대출 완화, 지역별 공급 격차 해소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한다.
입법조사처는 "정비사업 아파트 등 중심으로 실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지역 내 이사·자녀 교육·직장 이동 등 불가피한 이동 수요에 대한 대출·전세대출 규제 완화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