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상속세 완화 논의가 연말 국회를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조세 분야 법률안 500건을 조세소위에 회부하고 심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에는 배우자 상속세 완화 등을 포함한 상속·증여세 개편안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18~20일 열리는 제3~5차 조세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상속세 개편을 공약한 만큼 관련 법안의 심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제시한 개편안은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배우자 상속 부담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여야 공약 반영된 상속세 완화안 속속 제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상향해 배우자가 최대 18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은 이 공약과 방향을 같이한다. 정 의원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현행 5억 원인 일괄공제를 10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 최저금액을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진 중산층의 현실을 반영해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제안됐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배우자 상속세·증여세를 전면 비과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최은석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우자 상속을 사실상 1세대 내 재산 이전으로 보고 비과세하는 해외 사례가 근거로 제시됐다.
관련 개정안은 총 22건으로 조세소위에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개정안과 함께 심사될 예정이다.
여야의 접근은 다르지만 '동일 세대 1회 과세 원칙', '부부 공동재산 기여 고려'라는 측면에서 배우자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상속세 개편 문제는 오는 21일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유산취득세 전환도 쟁점… 국회 논의로 재부상
정부가 제출한 '유산취득세 전환' 법안도 이번 조세소위의 주요 논의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상속세 과세 방식을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세'에서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시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 과세표준이 분산돼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개정안은 일괄공제 5억원과 기초공제 2억원을 폐지하고 자녀·형제자매·배우자 등 인적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위 전문위원은 "유산취득세 도입은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하며 증여세 체계와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세수 감소와 조세 회피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제 확대 시 세수 감소 우려…재정 부담도 변수
상속세 공제 확대가 추진될 경우 세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상향할 경우 향후 5년간 3조843억 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평균 약 6169억 원 수준이다.
배우자 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관련 통계 부재로 정확한 산출이 어렵지만 실제 감소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확장적 재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는 정부 재정 운용과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출생으로 달라진 상속 구조…전문가 "부의 집중 가속, 상속세 논의도 새 기준 필요"
상속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저출생과 가족 구조 변화가 상속 구조를 크게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출산율 하락으로 부모의 자산이 한 명의 자녀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부의 대물림이 더 공고해지고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집값 상승과 상속세 납부 부담, 가업상속제도의 한계 등도 이러한 변화의 현실적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언론보도를 통해 상속세 논의가 공제 확대나 세율 조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저출생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전제로 부의 대물림을 어느 정도까지 사회가 용인할지 상속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논의의 출발점은 세금을 얼마나 깎을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공제 한도, 29년째 고정…국회 논의 향방 주목
현행 상속세 공제 체계는 1997년 개정 이후 29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상속세 과세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제 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기준 상속세 과세 대상 비율은 2010년 1.4%에서 2023년 6.82%로 증가했고, 서울은 같은 기간 2.9%에서 15%로 급증했다.
이처럼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서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제 확대나 세율 인하가 부의 대물림을 강화하고 세대 간 이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세습 자본주의를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상속세·증여세 개정안을 대거 제출한 상태로 관련 개정안은 총 22건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조세소위에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개정안과 함께 심사될 예정이며 논의 결과에 따라 상속세 제도 변화가 내년부터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