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슈타인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8화
현대 노동자는 자기 계급의 역사적 사명, 곧 편견 없이 진보의 전면에 설 유일한 힘이라는 자각에서 동기와 열정을 얻는다. 낡은 질서에 이해를 묶인 다른 계층과 달리, 노동자 계급은 인식·기술·경제의 진보에 일관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자각을 토대로, 수와 조직력, 경제적·윤리적·정치적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면, 사회 전반에서 공동 지배·공동 책임의 역량이 현실적으로 확대된다.
결론적으로, 수정주의는 교리를 뒤엎는 배신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유기적 발전 사상을 현실 속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려는 비판적 태도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성은 독단이 아니라 비판과 개방성에서 나온다. 둘째, 사회주의의 전략은 예언이 아니라 관찰과 검증에서 나온다. 셋째, 실천은 전면 몰수보다 ‘통제로서의 사회화’를 통해 연대성과 공익을 확장한다. 넷째, 강령은 신조가 아니라 가설이며, 경험으로 지속적으로 수정·갱신되어야 한다. 다섯째, 노동자 계급의 성장과 자각이 민주주의의 심화와 자유의 확대를 통해 사회주의로 향한다.
부록의 ‘강령의 이론 부분을 위한 원칙’은 정치적 실천에서의 함의를 덧붙인다. 이론으로서의 수정주의는 정치에서 개량주의로 나타난다. 이는 체계적 개혁 활동의 정치로, 혁명적 파국을 필연 단계로 상정하는 정치를 비판한다. 대붕괴 이론을 거부하는 만큼, 비사회주의 정당과의 관계에서도 일률적 적대가 아니라 사안별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는 유연한 전술이 요청된다. 물론 이는 투쟁 수단의 포기나 온건함의 미덕을 설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목표의 급진성과 수단의 현실성을 결합해, 제도와 일상, 법과 경제의 접점에서 사회적 통제를 확대하는 장기 전략을 뜻한다. 이 전략은 노동자의 권리·복지·자치·참여를 실질적으로 넓히고, 공공성과 연대성을 사회 전반의 작동 원리로 정착시키는 길이다.
요컨대 수정주의는 이름 그대로 ‘수정’의 정당화가 아니라, 이론과 실천을 현실의 변동과 대면시키며 끊임없이 재검토·재구성하는 방법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