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수도권 집중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예정된 미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그 어느 때 보다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공동기획 두 번째 의제로 <분권자치 개헌 추진>이라는 주제로 △자치법률제정권 도입 △지역간 재정조정제도 도입, △ 지역대표 상원제 도입, △주민발안 개헌 도입 등을 의제로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박재율 대표
박재율 대표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의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분권자치 개헌의 길"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지역 소멸, 지방의 붕괴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위기의 징후는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이는 심화되는 양극화 극복을 위해 국가(중앙정부)와 지역(지방정부)의 역할 조정을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과 유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핵심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과 연계해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와 책임성 제고를 통해 지방분권형 지속가능발전을 지향해야 할 절박한 상황임을 웅변하고 있다. 수직적,획일적,위계적인 중앙집권적 단일중심체제에서 수평적, 다원적, 상호적인 지방분권적 다중심체제로의 변화를 통해 다양성과 혁신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타율적이고 외생적인 발전(외부의존형 발전)에서 자율적이고 내생적인 발전(자립적인 발전)체계를 구축하려는 시스템 혁신, 제도개혁으로 정치.행정, 산업.경제, 사회.문화 체계의 전반적인 분권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무의 이양 차원이 아니라 법규적 차원을 규정하는 헌법적 가치와 규범의 차원으로, 지방분권형 국가의 방향 설정으로 국가 운영의 틀과 체계를 혁신한다는 철학과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자치는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스스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자주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권한이 필수적이다. 그 권한만큼 책임 역시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집권사회에서 자치는 존재할 수 없고 집권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자치를 한다는 것은 집권사회에서 벗어나고 민주사회를 표방,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치’와 ‘분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자치와 분권은 민주사회의 기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부활하고 91년, 우여곡절 끝에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것은 바로 우리사회가 분권사회로, 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이정표였다. 그런데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넘었지만 명실상부한 ‘자치의 길’은 아직 멀다.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는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등을 제한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헌법에 기인한다. 지방자치가 부재했던 87년 헌법 개정은 중앙정치, 중앙정부, 중앙권력에 국한되었다. 그 결과 부칙을 제외하고 총 10장, 130조로  구성되어 있는 현행 헌법에 지방자치와 관련한 조항은 제 8장, 117조와 118조 단 두 조항뿐이다.  주 내용은 “법령의 범위안 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등 이다. 

 거기에다 지방자치의 전제 조건인 자치입법, 자치재정 등에 대한 자율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로 규정되어 있어 앞서 언급한 제 117조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연계되어  중앙정부가 정하는 규정과 명령, 지침에 의해 타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일종의 족쇄를 채우고 있다. 또한 헌법 제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로 규정되어 있어 지방에서 자체적인 재정마련을 위한 길이 차단되어 있다. 결국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수직적인 상·하 관계, 종속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여 실질적으로 지방자치 실시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95년의 지방재정자립도가 63.5% 였는데 2023년에는 45%로 하락율이 20%에 육박하는 것만 보아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일종의 갑·을 관계가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그 관할구역에서 효력을 가지는 자치법률을 제정할 수 있고, 자치법률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세 관련 권한이 가능하게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 된 이후, 잠잠해진 헌법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 되어야 한다. 22대 국회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2027년 3월 대통령 선거 전에 지방분권형 국가운영 체계로의 탈바꿈을 비롯한 개헌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2017년, 19대 대선후보들에게 지방분권 헌법 개정 공약 채택을 요구하고 협약을 맺기 위해 당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2017년 2월 8일 출범 및 헌법개정 공동안 발표.  당시 지방분권전국연대,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이상 두 개 단체는 현재 지방분권전국회의로 통합),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지방분권협의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한국지방신문협회, 지역방송협의회, 한국지역언론인클럽, 대한민국이‧통장연합회, 전국주민자치회 등으로 구성.> 차원에서 논의했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개헌 방안을 다시 살펴보고, 공유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1.지방분권 국가의 선언 

  1)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국가임을 제1조 제3항에 명시한다.

 2.주민자치권 

  1)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민으로서 자치권을 가진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가차원의 국민주권과 더불어 지역차원의 주민주권이  새롭게 강조되고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3.입법권의 귀속과 종류 

  1)국회는 국가의 법률을 입법하고, 광역자치의회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률을 입법하고, 기초자치의회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률을  입법한다. 

  2)법률의 우선순위는 국가의 법률,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률, 기초지방  자치단체의 자치법률 순이며, 헌법에 규정한 자치입법 사항에 대해서는 그 자치법률이 우선한다.

 그 용어를 어떻게 하든 자치분권의 확대,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중앙정부,중앙정치 입법권을 분산하여 지역 차원의 지방정부,지방의회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총체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4.입법권의 배분 

  1)국회와 광역자치의회와 기초자치의회는 헌법에서 규정한 입법권을 행사 한다.

 5.행정권의 배분 

  1)광역지방자치단체는 당해 광역자치의회가 제정한 자치법률을 고유사무로  집행하고 법률에 따라 위임된 사무를 집행한다.

  2)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은 자치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자치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규칙을 발할 수 있다. 

  3)기초지방자치단체는 당해 기초자치의회가 제정한 자치법률을 고유 사무로 집행하고, 법률에 따라 위임된 사무를 집행한다. 

  4)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은 자치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자치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규칙을 발할 수 있다.

 6. 자치조세권 및 자치재정권 배분 

  1)국세의 종류 및 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종류와 배분방식, 소득세 및 소비세를 포함한 공동세의 종류 및 세율, 배분방식은 법률로 정한다. 

  2)국세의 종목과 세율 및 징수방법은 국가의 법률로 정한다. 

  3)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세율과 구체적인 세목 및 징수방법은 자치법률로 정한다.

  4)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건전성의 원칙에 따라 재정을 운영한다. 

  5)위임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위임하는 쪽에서 부담한다.  

  6)지방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지방간의 수직적 재정조정 제도와 지방-지방간의 수평적인 재정조정제도를 둔다.

 7. 자치조직권 

  1)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의 조직은 당해 자치의회가 입법하는 자치법률로 정한다.

 8.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  

  1)국회는 하원과 상원으로 구성한다. 

  2)하원은 국민대표로 구성하고, 상원은 지역대표로 구성한다. 

 현재 우리 국회는 인구비례로 선출하는 하원 성격의 단원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하원과 상원의 양원제를 운영하자는 것인데, 인구비례로 구성되는 하원에 비해 상원은 지역을 균등하게 대표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농어촌 간 등 인구격차에 따른 대표성 반영에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인구수에 관계없이 광역시·도 단위별로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일정 수의 상원을 두자는 것이다. 실제 우리의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는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7배로 인구에 비례해서 적은 편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상원의원을 직접 선출하지 않고 총 50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광역시.도별로 일정 수를 배당, 해당 시.도의 시장,의회 의장 등이 당연직으로 상원의원을 겸직하는 독일식 모델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16개 주에서 인구 비례로 3∼6명씩 총 6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우 입법권을 비롯한 일반적인 입법부의 역할에서 하원 우위의 원칙을 전제로 상원의 역할은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들, 지방자치 체계에 대한 사안들 등에 대해 제한적인 입법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9. 직접민주주의의 도입  

  1)헌법과 법률에 대한 국민발안제를 도입한다.  

  2)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여,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하면서 구체적인 부분은 일정한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전략적 접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권력구조 등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교적 의견 차이가 적고, 쟁점이 적은 지방분권개헌을 먼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변화가 일상이 된 21세기, 현시점에서 이제 헌법도 더 이상 경직된 교본처럼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때 그 때 변화를 수용,반영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지방분권 개헌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권력구조 등에 대해서는 정치권 및 국민적 합의 과정을 좀 더 거쳐 추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지방소멸의 위기, 저출생 고령화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헌법은 항상 전체적으로, 총괄적으로, 아주 가끔 바꾼다는 생각이야말로 구시대의 유물과 같다. 버스 지나고 손 흔드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는 지혜와 의지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박재율 대표
박재율 대표

박재율 현)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현)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 현)부산시자치경찰자문단 단장, 현)한국지방정부학회 이사, 전)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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