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수도권 집중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예정된 미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그 어느 때 보다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공동기획 두 번째 의제로 <분권자치 개헌 추진>이라는 주제로 △자치법률제정권 도입 △지역간 재정조정제도 도입, △ 지역대표 상원제 도입, △주민발안 개헌 도입 등을 의제로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강재규 교수
강재규 교수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헌법의 궁극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자" 

강재규 (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필자는 대한민국 모순구조의 핵심적인 요인을 첫째, 남북분단, 둘째, 수도권 일극 집중을 꼽는다. 아시다시피 2019년 12월부로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의 1,000대 기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사람과 돈이 수도권에 극단적으로 집중된 사례는 몇몇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독일의 경우에는 동서남북, 중부에 주요 도시들이 골고루 흩어져 있어 우리와 같은 수도권 일극 집중으로 인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4, 또는 7:3으로 유지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로 지방자치의 불완전성,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세:지방세의 비율조정 역시 어렵게 하는 것 역시 수도권 일극 집중 탓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 부울경 지역(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에서는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에 따라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특별연합 조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도권 일극 집중에 대응해 지역의 활력을 찾기 위한 메가시티 조성 노력은 과도기적 대응책으로서 그 효능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연방제 국가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그나마 이어진 대선과 지방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뀜으로써 부울경 특별연합의 결성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 일극 집중 해결을 위해서는 혁명적 조치 필요

그리고 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초에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전격적으로 발동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듯이, 대통령이 그러한 권한을 전격적으로 발동해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헌법 제76조 제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물론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 발동의 헌법적 요건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보아야 하겠지만, 필자는 현재의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는 망국적 현상이라 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특단(이른바 혁명적인)의 조치 없이는 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치와 분권을 가로막은 가장 큰 원흉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고통받는데 지방은 비어있다 못해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화는 분권을 막는 것을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국민을 밥 먹여 준다

국민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분권을 위한 절실함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부족한 실정이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하고 묻듯이, ‘지방자치와 분권이 밥 먹여 주냐?’ 하고 묻는다. 그렇다. 필자는 민주주의가, 그리고 자치와 분권이 국민에게 밥을 먹여 주는 핵심적인 국가정책의 방향이라고 단언한다.

현재 문화 영역에서는 영화, 드라마, 가요, 음식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문화(K- Culture)가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토대가 된 것이,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에 펼쳤던 각종 정보화 정책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문민정부 아래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국민이 적극적으로 누림으로써, 그에 따라 국민이 마음껏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초래된 결과(성과)라고 본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생을 위한 헌법적 근거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 집중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국민(주민)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헌법 제10조 전반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동법 제34조는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국가에서 지역 주민들이 처한 현실은 법 앞에 평등하고,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전력공급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이 겪는 재산상이나 정신적인 각종 불이익 등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즉 지금까지 대규모 수력발전․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정책은 국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여 이루어진 중앙집권주의 에너지 정책이고,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태양력ㆍ풍력ㆍ소규모 수력ㆍ바이오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정책은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하는 분권적 에너지 정책이다. 따라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중앙집권주의에서 지방분권적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된다면, 발전회사와 주민들 간의 갈등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주민들은 인간의 존엄이 제대로 구현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사는가? 주거문제, 교통문제, 환경문제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 삶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동법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 집중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서 구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그러니 청년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다.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취직할 수 있는 적절한 직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수도권에 있는 직장으로 취업을 하려고 해도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취업 면접을 위한 각종 교통비, 숙박비 등의 비용을 수도권 학생과 비교해 더 많이 지출하여야 하고, 시간의 낭비까지 감수하여야 한다. 일반 지역 주민의 취업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동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120조 제2항은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규정한다. 또 동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동법 제123조 제1항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ㆍ육성하기 위하여 농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하고, 동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동조 제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ㆍ육성하여야 한다.”, 동조 제4항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동조 제5항은 “국가는 농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가의 재벌 중심 경제정책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이에 따라 더 많은 국민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구나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는 한미FTA를 비롯해 외국과 맺은 각종 FTA는 농ㆍ수ㆍ축산인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FTA체결로 말미암아 반도체를 부품소재로 하는 각종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수출로 인해 벌어들이는 추가적인 이익들은 국가가 나서서 그로 인해 희생을 당한 농민들이 수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내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광역철도와 광역도로 개설을 위한 균특예산의 약 93%가 수도권 교통체증을 해결하고자 투입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균형발전, 자치와 분권이라는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이는 헌법 위반이자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의 해소는 분권형 헌법개정으로

헌법의 기본원리란 헌법의 이념을 중심으로 개별 헌법 규정들의 해석을 위해 일정한 방향, 일정한 지침과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의 기본원리는 첫째, 헌법 조항을 비롯한 모든 법령의 해석 기준을 제공할 뿐 아니라, 헌법 조항이나 법령의 흠결시 이를 보완하는 원리가 되며, 둘째, 입법이나 정책 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국민ㆍ국가기관이 헌법을 존중하고 수호하도록 하는 지침이 되며, 셋째, 헌법의 개정에 있어서 헌법의 기본원리는 개정의 한계를 이룬다.

헌법은 “기본권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가치질서”로 이해하면, 헌법의 최고이념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헌법의 기본이념은 인간의 존엄 및 이를 구체화해서 나타나는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의 모든 개별 규정들은 이러한 헌법 이념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할 것인데, 개별적 문제영역에서 자유와 평등을 독자적으로 이해하고 실현하려 할 때는 역시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헌법 이념 아래 국가 질서를 형성하는 방식을 정하는 다양한 헌법원리들이 각 영역별로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국가 질서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비중을 갖는 몇 가지를 헌법의 기본원리라고 한다.

헌법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로는 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권력분립주의, 문화국가주의, 국제평화주의, 사회국가원리 등을 제시한다. 앞으로는 헌법의 기본원리로 생태주의(자연주의), 지방분권주의도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천명해야 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의 현실이 수도권 일극 집중으로 국민의 자유와 평등이 위협을 받고, 나아가 헌법의 기본이념인 ‘인간의 존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주의(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의제(의회제)민주주의의 결함이 대두되고, 이로 인해 헌법의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는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 원리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치ㆍ행정 영역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 헌법의 기본원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의 실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치ㆍ행정 영역에서 주민참여를 통해 대의제원리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그것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럽지방자치헌장과 세계지방자치선언의 내용 및 세계지방자치헌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노력들, 그리고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지방자치 선진국에서 전개되는 지방자치 관련 논의들을 보더라도 지방자치의 확대 강화 및 정치ㆍ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자, 우리 인류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임이 자명하다.

즉 현재의 세계사적 흐름은 민주주의의 확대 강화와 이를 위한 지방분권의 확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의 자기결정권 강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방자치의 확대 강화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주의와 국민(인민)주권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국민(주민)의 기본권 실현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이념과 목적을 달성하는데 불가피하다.

필자는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의 출발점으로 지방분권주의를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규정하자는 주장을 한다. 예를 들어 헌법 제1조에 제3항을 신설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라고 명시해 놓으면 국회가 법률을 제정할 때도 분권의 기본 틀 내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법부는 지방분권 원리에 따라 판결하게 되고, 행정권도 법 집행 시 헌법의 기본원리를 존중하면서 행정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분권형 개헌의 출발점으로 ‘지방분권주의’를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천명하자는 것이다.

강재규: 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김해시 지방분권협의회 위원장, 지방분권경남연대 상임공동대표,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자치분권 관련 논문과 저서: 환경기본조례의 구성과 제도적 의의「세계환경의 날 기념워크숍」(1996. 6),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조례제정의 법적 문제, 「경성법학」(제5호, 1996. 9),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교육, 「국제지역연구」(제2권 제2호, 1998. 12), 환경법상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법학연구」(제41권 제1호, 2000. 12), 지방자치단체의 외교정책과 법적 문제, 「아․태공법연구」(제9집, 2001. 9), 지방자치법 제140조의2, 제140조의3, 제141조,「지방자치법연구」(제1권 제2호, 2002. 6),지방공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법제개선방안,「지방자치법연구」(제2권제1호,2002. 4)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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