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19./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19./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를 '인구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결혼을 앞둔 청년 층이나 신혼부부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분위기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과 다를바 없다는 평가절하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며, 향후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주요 정책은 ▲육아휴직 지원 강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재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인상하여 초기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단기 육아휴직 도입: 부모가 2주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육아휴직 근로자를 대신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120만 원의 대체 인력 지원금을 지급한다​​​​.

▲주거 지원 확대: 출산 가구에 연간 12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주택 매입과 전세자금을 대출하며,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또한, 신생아 특별공급 비율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양육 지원 확대: 0세부터 11세까지의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고, 3세부터 5세까지의 무상 교육 돌봄을 실현한다.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남성 출산휴가 연장: 아빠 출산 휴가를 현재 10일에서 20일로 연장하여, 남성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고자 한다​​.

김영주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열린 '붕괴된 출산인프라, 갈 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06.04./뉴시스
김영주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열린 '붕괴된 출산인프라, 갈 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06.04./뉴시스

전문가들의 비판적 평가 "근본적 해결책 제시 못해"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 문제 일·가정 양립 문제 지방 정착과 지역균형 발전 재원 문제 등을 짚으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윤지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장시간 노동과 일자리 불안정성"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단기 돌봄 제도만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이나 출산을 망설이는 청년들의 마음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지적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터의 경직성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남성의 육아휴직률을 높이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청년들의 지방 정착과 지역균형 발전책을 포함하지 않은 채 복지제도에만 집중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완화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이 보이지 않는 데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다"며, 건전재정과 감세 기조가 지속되는 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저출산 대책으론  부족" 비판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보다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주요 골자는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 지원과 청약 기회를 늘리는 등의 방안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들이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이 대책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관련 사안은 익히 알려진 평이한 내용"이라며, "기존에 발표된 정책을 구체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들은 신혼부부나 출산 가구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취지는 좋으나, 실질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대부분 과거에 내놓은 대책들 재탕 삼탕"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정부가 전날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 대해 "대부분 과거에 내놓은 대책들을 재탕 삼탕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반전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일·가정 양립으로 확대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의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반전이라고 평가하기에는 한참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2주 단기 육아휴직,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 등에 대해선 "일선의 부모들은 '육아의 현실을 모르고 마련한 정책 같다'는 쓴소리를 한다"며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반절도 반영되지 못한 그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석·박사 통합 과정 신설에 대해선 "학교를 일찍 졸업 못 해서 결혼을 못 하고 아이를 못 낳느냐. 진단부터가 얼치기니까 처방도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하다"고 질타했다.

진 의장은 "저출생 대책의 시작은 아이를 낳아서 키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주거와 교육을 지원하고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노동 시간도 확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결혼 출산 지원금, 출생 기본 소득, 우리아이 보듬주택 등 3종 저출생 대책 패키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발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 문제와 일자리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청년들의 지방 정착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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