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자료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정부의 인구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최근 발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세연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여성의 조기 입학을 제안했으나, 이 제안이 사회적 통념을 무시하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조세연이 지난 5월 발간한 '재정포럼' 335호다. 조세연은 "남성의 발달 속도가 여성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이 향후 결혼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남성은 어린 여성을, 여성은 나이 많은 남성을 선호한다는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보고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제시했지만, 그 중 교제 단계에서 결혼 의지가 있는 국민들의 '교제 성공 지원정책'으로 여성의 조기 입학을 언급한 점이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정책은 여성과 남성의 자연스러운 발달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여성을 출산율 제고의 도구로 취급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세연은 노인 인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들을 해외로 이민 보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노인들을 해외로 이민 보내는 것도 부양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노인들을 사회적 부담으로 간주하고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것에 입각한 어떤 정책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성공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런 시각이 저출산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인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노인 인구를 국가의 부담으로만 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과거에도 비판을 받았던 저출산 대책들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정관 및 난관 복원 시술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1억원을 배정한 것 역시 많은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는 '출산 의지가 없어서 정관 수술을 받는 것이지, 정관 수술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조세연은 논란이 커지자 해명 자료를 통해 "해당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보고서의 요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할 다양한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제시된 정책안들이 사회적 통념을 무시하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보다 신중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통념과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저출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떠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3.3% 줄며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8명(-3.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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