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수도권 집중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예정된 미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그 어느 때 보다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공동기획 두 번째 의제로 <분권자치 개헌 추진>이라는 주제로 △자치법률제정권 도입 △지역간 재정조정제도 도입, △ 지역대표 상원제 도입, △주민발안 개헌 도입 등을 의제로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고문현 교수
고문현 교수

"지방재정조정제도에 대한 헌법 개정 시 고려사항"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헌법/ESG연구)

수도권 집중화의 심각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신과 지방분권·주민자치 정신의 조화로운 구현 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에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 동시에 조화롭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방안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방정부 간 재정 형평의 보장과 조정이 핵심적 방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분권에 따른 ‘지방이기주의’ 또는 ‘지방독자발전주의’의 발호와 그 역효과(지역발전 격차 심화)를 방지하는 기제로서, 국가균형발전 원리에 따른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동시에 구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역 간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정신 위에서 지방재정 문제를 현실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외국 입법례를 살펴본 후에 지방재정조정제도에 대한 헌법 개정 시 고려사항을 검토하고 우리나라 헌법개정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방재정조정제도와 관련된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 기본법 제106조와 제107조 등에 의하면 주조세의 수입과 소득세 및 법인세의 수입에서의 주의 지분은 조세가 그 지역의 재무관청에 의하여 징수되는 한도(지역적 수입)에서 해당 주에 귀속된다. 연방 법률은 다른 조세의 지역적 수입의 구분 및 배분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 재정조정기준법(Maßstäbegesetz)은 독일 기본법 제106조와 제107조를 구체화하기 위한 일반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법률인데 부가가치세 수입의 할당과 주들 사이에서의 지방재정조정 및 연방보조금의 부여 등을 규정하여 근거를 마련하고 수직적 조세분배와 수평적 조세분배를 하고 있다. 프랑스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중심이 되는 이념은 형평성과 유대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2003년 3월 28일의 헌법 개정에서 재정분권에 관한 제72-2조를 추가하였으며, 동조 제5항에 지방공공단체 간의 평등을 촉진하는 조정규정을 법률로 정하도록 새로이 규정하여 지방분권과 재정조정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에 관한 2004년 7월 29일 조직법률」에서 이를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재원을 정하였다. 그리고 전체 수입에서 고유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준도 정하였다. 이 법률의 규정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일반법전(Code général des collectivités territoriales : CGCT)에 편입되었다. 프랑스의 지방재정조정은 기초자치단체 및 광역 행정 조직에 교부하는 경상비종합교부금(DGF: dotation générale de fonctionnement)을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방전용 교부금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연방국가도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능력의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재정조정제도를 가지고 있다. 수직적인 재정조정은 연방과 캔톤, 캔톤과 게마인데 사이의 재정조정인데 상위정부인 연방이나 캔톤이 하위정부인 캔톤이나 게마인데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대비하여 수평적인 재정조정은 동등한 수준의 정부 사이인 캔톤과 캔톤 간 또는 같은 캔톤 안에서 게마인데와 게마인데 사이의 재정지원을 일컫는다.

일본의 지방재정제도는 지방자치의 역사적 변천과 함께하였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국주의 철폐와 민주주의 수립을 위한 일련의 개혁과정의 하나로 지방자치제 구축을 시작하였다. 일본의 지방재정은 헌법상의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이를 지방재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재정을 지방분권의 중요사항으로 평가하면서 효율적인 지방재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행 일본의 지방재정법은 초기 지방재정법의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50여 개 조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지방세, 지방양여세, 지방특별교부금, 지방교부세, 국고지출금, 지방채, 기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세출은 행정목적에 의한 ‘목적별 분류’ 및 경비의 경제적 성질에 의한 ‘성질별 분류’로 되어 있다. 전자는 총무비, 민생비, 위생비, 노동비, 농림수산업비, 상공비 등이 있으며, 후자는 경제적 성질에 따라서 의무적 경비, 투자적 경비 및 기타의 경비로 대별될 수 있다.

지방재정조정제도의 도입시 고려사항에 대하여 살펴보면, 먼저, 새로운 인프라 사회구축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예컨대, 독일은 독일 기본법과 법률들을 통하여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강력하게 실시하여 독일의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평등하고 수준 높은 교육, 문화, 예술 등의 공공시설과 시스템이 대등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경우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강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새로운 인프라 사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독일의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새로운 인프라 사회를 구축하여 재정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지방자치단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예컨대 독일의 지방재정조정제도는 독일 기본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정조정을 실시할 수 있는 연대세와 공동세를 독일 국민들에게 부과하는 데에서 성과를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도 지방재정조정을 위하여 새로운 지방재정조정세 등을 신설하게 된다면 국민의 불만과 저항이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방재정조정을 위한 조세를 신설하는 방안보다는 가장 크고 중요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조세를 개편하여 지방재정조정을 위한 재원으로 삼는 방안이 국민의 불만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지방재정조정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에 의한 수직적 지방재정조정의 실시보다도 부유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난한 지방자치단체로 재정을 지원하는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의 실시는 지역주민의 불만과 저항이 더욱 클 수 있다. 독일 역시 독일 지역주민들 사이에 불만과 저항이 존재했었으나 독일에서는 연대성의 원칙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잘해서 이해를 하는 측면이 더욱 강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매우 부족해서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충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하여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수용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넷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저해하여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여야 한다. 독일의 경우도 베를린 주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연방과 바이에른 주를 비롯한 다른 부유한 주들의 재정지원을 받아 오고 있다. 연방과 바이에른 주 등 다른 주들은 베를린 주의 자율적인 노력이 부족한 점을 강하게 비난하여 재정지원에 대한 거부와 지연을 고려하기까지 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재정수요와 재정능력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율적인 노력을 하여야 하는 원칙이 무너질 수 있음을 주의하여 지방재정조정제도가 남용되거나 지방자치단체 구성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방재정능력을 키우는 것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고안하고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외국 사례 적용의 현실화를 들 수 있다. 연방제 국가와 중앙집권적 국가, 다양한 세금의 기본원칙의 차이 등의 다양성으로 인해 외국 사례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100% 부합되지 않기에 외국 사례의 일방적인 수용보다는 적절한 분석을 통한 한국 현실에 적합한 한국형 제도의 발굴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의 경우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만약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지 아니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와 높은 지방자치단체에 무조건적으로 동일하게 지급한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게 또 다른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게 일정부분에 대한 우선권 및 인센티브를 활용한 어느 정도의 차등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헌법 개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① 조세로 조성된 재원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사무부담 범위에 부합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 상호간에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정한 재정조정을 시행한다."(헌법 제119조 신설). 위 헌법 제119조 신설에 따라 가칭 '지방재정조정기본법'을 제정하고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구체화하여 수도권공화국을 벗어나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고문현 교수
고문현 교수

필자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헌법/ESG연구), 지방분권전국회의 정책연구위원, 한국ESG학회 회장, 풀브라이트 방문학자(2021-2022, UC Berkeley Law School), (전)한국헌법학회 제24대 회장(2018), (전)제20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2017-2018), (전)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2018-2021), (전) 사단법인 한국헌법학회 헌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2018), 사단법인 한국헌법학회 헌법개정연구위원회 『헌법개정연구』발간위원장(박영사, 2020), (전) 사단법인 한국헌법학회 『선진국의 헌법상 지방조정제도와 한국형모델연구』 연구용역(2018, 균형발전위원회) 연구책임자,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위원회 위원(201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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