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의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의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출생 대책 수석실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장에서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생 수석실이 설치되면 대통령실은 3실장 8수석 체제로 식구가 늘어난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조직·인원 축소'라는 대선공약은 없던 일이 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정부 출범당시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이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2비서 5수석 체제였으나 지난해 11월 과학시술수석을 신설하고, 올해 1월에는 국가 안보실 3차장을 신설한데 이어 4·10 총선 이후 '민심을 잘 듣겠다'라며 민정수석실도 부활했다.

출범 초에는 대통령실 직원을 30% 감원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라고 강조했지만 2년이 지나자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시절에는 총장의 뜻이 모든 검사의 뜻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직 공무원들과 그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정무직 공무원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뜻을 관철 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치 입문을 대통령으로 한 윤 대통령이 2년간 한 일은 지난 7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독단적 결정으로 함부로 해체하거나 이전하면서 예산만 거품처럼 날린 일들이다.

혁신에 대한 유혹에 들떠서 사고를 치기 전에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들이 잘 작동하고 지켜지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는게 먼저다.

◆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아냐···출산하면 사회와 격리되는 한국 여성

대한민국 지표누리에 따르면 2012년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15~49가임기간 중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의 수)는 1.30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줄어들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결혼시기가 늦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임율도 올라가는 점과 비혼인구가 점차 늘어가는 것도 원인이다.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연령별로 남녀 부두 30대 초반에선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령별 혼인율은 남성 30대초반은 40.1건, 여성 42.7건으로 가장 높다.

반대로 신체기능이 가장 왕성한 20~29세의 연령대에서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초혼 연령이 남성은 34.0세, 여성은 31.5세로 전년대비 각각 0.3세, 0.2세 상승했다으며 10년전에 비하면 남성은 1.8세, 여성은 1.9세 상승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의 기혼 여성 약 794만명 중에서 경력단절 여성이 135만명이다. 약 17%의 여성이 경력 단절로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의 육아가 전체 42%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로 임신·출산이 23%, 자녀교육 4.4% 가족 돌봄 4.3%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돌봄'을 여성에게만 요구한다면 여전히 결혼 적령기는 늦춰질 것이고 여성들의 사회복귀도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이 통계는 '무직여성'만 경력단절 여성으로 측정한 만큼 구직을 못해 자영업이나 비정규 노동직을 택한 인구가 빠져있다. 실질적인 경력단절 여성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윤석열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의 인사말. / 사진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윤석열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의 인사말. / 사진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 돌봄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인간의 존엄 지켜줄 돌봄 요구는 국민의 권리

대한민국은 헌법 제 34조를 통해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천명하고 그 권리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사회 보장과 사회 복지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보장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모든 시민이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어려움에서 직면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도 거리엔 파지를 줍지 않으면 끼니와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령 인구들이 거리를 헤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사회보장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 역시 허울만 그럴싸하지 국가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장기요양시설의 경우 2020년 기준 장기요양시설이 2만5384개소인데 이중에 국·공립 기관은 244개소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끔찍한 것은 돌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171만원 선으로 최저임금을 간신히 받는 수준이란 점이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은 지난 3월 아이 돌보미, 노인생활지원사, 시설·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대체교사 등 돌봄 노동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임금 수준과 노동 환경 등을 조사해 이날 이와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소중한 가족을 돌봐주는 이들에게 최저임금만 겨우 받게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가계에서 나가는 비용은 상당히 크다. 그러나 요양 사업자가 요양기관보다 훨씬 많은 환경에서 비용의 대부분이 돌봄 노동자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양세진 한양대 교수는 2022년 칼럼을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돌봄에 대한 시혜적 시선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사회적 돌봄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듯, 돌봄의 대상자에게 돌봄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사회시스템으로의 돌봄은 ‘인간존엄’이라는 큰 가치 안에서 존엄 돌봄의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가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동료시민들이 존엄한 삶을 살 권리가 있음에 대한 당위적 존중이며, 존엄한 삶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부족한 돌봄 제도와 열악한 현장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라면서 "국민들이 어떠한 삶의 조건에 처하더라도, 자기존엄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마땅히 보장하는 돌봄의 사회화와 사회보장은 연대의 힘으로 닿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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