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객원칼럼니스트

야당 방송4법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청문회가 '방송장악' 논란으로 시끄럽다. 정치권의 '방송장악'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교체 시마다 반복되는 여야 싸움거리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공격수와 수비만 바뀌며 출구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야당은 국회 다수석의 힘으로,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을 무기로 이대로 간다면, 국민은 지치고, 22대 국회에서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요원할 뿐이다.

끝나지 않는 여야 '방송장악'의 다툼은 그만큼 취약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의 현실을 말해준다. 2022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영방송을 포함한 한국의 뉴스신뢰도는 조사 국가 대상 46개국 중 40위다. 더욱이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 응답이 42%로 가장 높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공영방송을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야 모두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말하고 있다. 진심이라면, '방송 내편 만들기'를 서로 의심하는 평행선이 아니라, 방송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정치권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향해 한 발짝이라고 나가려면, 어느 한편이 무한 반복되는 '방송장악 논쟁'의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야만 한다. 정권을 잡은 집권여당 만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수 있다. 방송4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논쟁의 본질은 '정권 교체기마다 권력을 쥔 자가 공영방송을 손에 넣으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말뿐이 아닌 진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방송 내편 만들기'의 유혹을 떨쳐야 하는 불안감을 감내해야 한다.

'야당 방송4법, 독배를 마실 수 없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독배'를 마시는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 집권시에는 왜 방송4법을 하지 않았냐"는 한동훈 대표의 말은 마치 '너는 쓰레기통에 안 버렸으면서 왜 나한테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냐'는 말처럼 유치하게 들린다. '나도 너처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을 거다.'는 집권당의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말이다. 국민이 집권여당에 바라는 바는 유치한 말로 책임 전가와 방어가 아니라, 나라를 짊어진 여당다운 품격있는 말과 무한 책임이다. 집권여당에는 '독배'라 할지라도 마실 각오가 필요하다.

여당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안- '방송법 강행 처리와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야당엔 방송4법 강행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중단을, 정부 여당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방송법을 원점에서 논의하자'-을 거부한 것은 뫼비우스의 띠의 굴레를 벗어날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집권여당 한동훈 대표는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에 진심이라면, '독배'를 운운하기 전에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애국적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조성은 칼럼니스트=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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