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객원칼럼니스트

흔한 우리 인사말 '안녕(安寧)'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을 뜻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우리는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적· 정치적 성장을 이루었다. 식민지 국가, 전쟁과 폐허 속에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에 이름을 올렸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를 달성했다. 더불어 세계가 주목하는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 K-컬처 등 세계로 뻗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모습들은 국민으로서 벅찬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안녕’한 것 같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이혼율 1위, 저출산율 1위, 가계 소득대비 부채 부담 증가 세계 4위, 사회갈등지수 3위, 소득불평등 악화 속도 2위. 삶의 만족도 38개국 중 35위, 행복도 32개국 중 31위로 세계에서 가장 ‘안녕’하지 못한 나라처럼 보인다. 더욱이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점점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현실은 청년세대의 미래를 낙관하는 인식이 고작 20대 6.5%, 30대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2023년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이는 빛나는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안녕하다'고 대답할 수 없는 치명적인 모습들이다. 지금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 자라난 어두운 모습들은 지난 가난한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모습들이다. 과거 구호물품에 의존했던 시절, 국가번영의 지상과제는 경제성장이었다. 그러나 경제 강국, 국민소득 3만 5천불 시대인 지금, 국가 안녕의 과제가 그때와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 속에서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한 분노와 갈등, 정신적 황폐함, 공동체의 붕괴, 청년세대의 불확실한 미래와 절망, 불행한 국민,... '희망'을 잠식하는 사회는 쇠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때다. 이는 바로 국가의 성장동력, 대한민국의 안녕을 흔드는 '희망'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안녕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대한민국의 안녕'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우리가 처한 위기의 모습들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발전가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아픈 곳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나는 능력이다. 정신적, 문화적, 법제도적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회복탄력성도 상실된다. '연대'보다 지배적인 '경쟁'과 '각자도생'의 가치, 국민을 통합하는 국민적 공유가치 부재, 분열된 역사인식, 보이지 않는 통합의 리더쉽, 문제해결능력을 상실한 제로섬게임의 정치, 언론의 정파적 상업화와 저널리즘 추락, 검찰의 정치화 및 사법체계 공신력 추락 등등. 회복탄력성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은 안녕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번영이 있을 수 없다.

무너진 정신적, 문화적, 법제도적 면역체계를 다시 세우고, "대한민국은 안녕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성은 칼럼니스트=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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