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객원칼럼니스트
"역사는 신(神)이오, 나라는 형(形)이다. 神이 보존되어 멸하지 않으면, 形이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한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 일제강점기 사학자 백암 박은식 선생이 <한국통사>를 쓴 이유였다. 이는 또한 민주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임을 말해준다.
"김대중 대통령 동교동 사저 매각" 소식에 대한 충격과 비통함은 단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에 있지 않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 민주화를 위한 아픔과 고난, 그러고 마침내 이룩한 벅찬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를 지운다는 데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의 고난과 역경의 삶은 바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다. 동교동 사저는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 바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고난과 영광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동교동 사저 매각'은 우리가 보존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민주화의 역사를 내던지는 것이다.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동교동 사저'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동교동 사저 매각' 논란 속에서 아들의 탐욕, 민주당의 민주화 역사에 대한 망각, 그리고 국민의힘의 편협함이 느껴진다.
'상속세 17억을 버틸 수 없어 100억에 팔았다'는 아들의 말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 매각을 백지화하고 사유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민주화의 역사를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오명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들이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간여할 수 없었다'는 민주당에게 묻고 싶다. '동교동 사저'를 단지 사유재산의 공간으로 치부하며 그 동안의 무관심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지를. 민주화의 역사는 민주당의 자부심이며, 지켜내야 할 민주당의 업적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국민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을 국부로 부활시키려는 반동적 움직임들이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는 지금, 민주당에서 조차 민주화의 역사는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잊혀 간다면 얼마나 비통하고 참담한 일이 아닌가.
'동교동 사저 국비 매입' 제안에 "좌파, 나랏돈 떼먹는 데만 혈안"이라는 국민의힘 발언은 당파성에 사로잡힌 편협한 모습으로 보인다. '동교동 사저'는 여야를 떠나, 김대중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세계가 우러러보는 민주화라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역사적 공간이다. 국민의 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건립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그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 자신이 "핍박당한 당사자이기에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각된 '김대중 대통령 동교동 사저'가 역사의 공간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들은 물질적 탐욕을 내려놓고, 민주당은 민주화 역사에 대한 망각을 뒤돌아보고, 국민의힘은 편협한 당파적 사고를 벗어나, '동교동 사저'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성은 칼럼니스트=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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