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객원칼럼니스트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약 3분의 1보다도 적어질 것"이라는 치명적 전망을 내놨다. 우리 사회의 인구붕괴 위기는 기후위기 보다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이라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단지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일 뿐 아니라, '낳은 아이가 잘 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를 '아동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아동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아동·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 자살 및 자살률 증가· 학업 중단 학생 증가, 날로 증가하는 17만명에 이르는 학교 밖 아이들. 출산율 급감으로 한 명의 아이라도 소홀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방치되는 빈곤아동, 사회적 양극화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정신건강, 폭력과 범죄로부터 우리 아이들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 사회 저출산대책은 이대로 좋은가? 

숲을 이루려면 나무를 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 한 그루 병들거나 죽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저출산대응대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끝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야 한다. 특히 저출산사회가 될수록 사회적으로 양육은 더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025년 내년 정부 예산편성안을 보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저출산 예산은 올해 대비 22% 증가한 19조7000억원인 반면,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청소년 예산은 전년대비 3.7% 감소한 2.7조원이 책정됐다. '출산'을 위한 예산은 급증하는 반면 소중히 키워야 할 '양육'을 위한 아동·청소년 예산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마치 나무를 심는 것에만 집중할 뿐, 숲을 이루기 위해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나는 과정은 방치되고 있다. 

그동안 출산율 제고에 집중한 저출산대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지난 2006년부터 정부는 약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1.13에서 0.72로 곤두박질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혼 남녀 40%는 "결혼 생각이 없다." 또한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1.1%에 불과하다. 이처럼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서 출산율 제고는 쉽지 않는 문제다. '출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저출산대책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사회는 지금 '아이는 낳지 않고, 아이는 행복하지 않는 저출산사회'다. 애는 쓰지만 나무는 심어지지 않고, 심어진 나무는 관심 없이 방치되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실 신설된 저출산대응수석실 신임 수석비서관은 취임 일성은 "출산율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단기적인 정책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도 과감하게 발굴하고 제안하겠다"였다. 그러나 이런 일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출산율 제고를 위한 과제와 함께, 소중한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그동안 소홀했던 미비한 아동·청소년 관련 법과 제도를 살피고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사고의 확장을.

조성은 칼럼니스트
조성은 칼럼니스트

 

조성은 칼럼니스트=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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