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성은 객원칼럼니스트
바벨탑을 무너트린 것은 '불통'이다. 신이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자 인간이 세워나가던 도시는 한 순간 붕괴 되었다. 마치 바벨탑 이야기처럼 우리는 불통 사회로 빠져들면서 우리가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라는 업적들이 붕괴하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
'소통'은 둘 이상의 주체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의미를 공유하고 상호 이해하는 과정'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탄생은 '소통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늘날 소통의 매체는 넘쳐나지만,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점점 더 '불통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불통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재탈퇴를 천명하며 화석연료감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테인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협상을 거부하며 인권유린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남북대화는 단절되고 상호비방과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적 죽이기에 매몰된 '너 죽고 나 살기' 식 정치는 극한 대립과 반목으로 치닫고 있다. 출구 없는 팽팽한 의정갈등(醫政葛藤)으로 인한 의료대란, 대통령의 우이독경(牛耳讀經)식 국정운영 등등. 단순히 불통의 사회가 아니라 불통을 '고집'하는 사회다.
이제 '소통'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은 듯하다. '소통'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말을 통해서 상호이해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수많은 말들은 오고 가지만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동문서답'이다. 그나마 '동문서답'은 양호한 편이다.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혐오와 증오를 표출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여기에 동조하도록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소통'을 막는 방해 요인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이를 '소음(noises)'이라고 한다. 바벨탑은 '언어의 혼란'이었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불통의 소음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쌓여 가는 불통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안의 소통을 막는 '옹고집'은 기득권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익을 단 한치도 손해 볼 수 없다는 옹고집이 소통을 막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 외는 상대와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합의점을 이끌 수 있는 소통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대화의 장은 '소통의 장'이 아니고 '전쟁터'다. 그래서 '소통'은 마치 전쟁에서 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득권 고수는 소통을 거부하고, 사회를 '불통'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 유지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은 기득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 묵살되거나 왜곡되어진다. 트럼프는 미국의 기득권을 ,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기득권을, 러시아는 러시아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역시 지금 보이는 수많은 불통의 모습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바벨탑의 이야기는 불통을 고집하는 사회의 끝을 말해주고 있다.

조성은 칼럼니스트=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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