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세상에 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약이 될 것인가. 언론이 선택해야 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언론은 그 맛을 잃으면 민주주의를 망치는 독이 된다.
‘시민의 분별 능력. 즉 사실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 이는 언론이 매일 책임져야 할 몫이다’라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재미 언론인 강형원 기자의 말은 작금의 우리 언론을 깨우치는 지적이다. 정치적 분열과 반목을 키우는 확증 편향의 정치적 심리 현상이 만연한 현실에서 시민의 분별 능력을 키우는 언론의 의무는 민주주의의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개탄스러운 현실은 언론이 ‘시민의 분별 능력’을 키우는 의무보다 ‘확증 편향의 정치적 심리현상’에 편승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한동훈 장관의 스토커 수준의 야당 대표 모욕주기’, ‘여야 정치인들 또는 논객들의 상호 공방 사이다성 발언’, ‘김건희 여사의 패션과 활동’, ‘대통령의 이념논쟁과 공격’ 등에 대한 연이어지는 상호공방들. 언론에는 여야 대립의 정치적 주요 사안들에 대한 사실 분석과 이성적 판단을 끌어내는 기사들 대신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공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독자의 균형적 판단보다 구독과 클릭 수 올리기와 댓글 싸움을 부추기는 자극적 기사 내용과 제목, 논객들 위주의 기사. 언론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는 언론매체 환경에서 구독과 클릭 수가 돈이 되는 언론은 언론의 사명보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상업성에 매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권력의 압력에 의해 언론의 역할이 제약되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 권력과 돈벌이에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팽개치는 장사꾼의 모습이다. 정치적 분열과 분노로 장사하는 언론. 확증적 편향의 정치적 심리현상에 편승하여 이득을 챙기는 언론. 시민의 분별 능력을 죽이는 언론. 민주주의의 독이다.
언론의 힘은 정치적 의제설정이다. 언론은 특정 정치적 사안들을 뉴스로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를 필터링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하는 힘을 가진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약이 되는 길은 언론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의제설정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지난 2년간 민주주의·민생·경제가 무너지고 오만과 독선, 불통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축적되는 동안 언론은 이에 대한 의제설정기능을 방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의 국정운영 쇄신, 여야 영수회담의 당위성과 필요성, 대통령 가족의 부정부패, 검찰정치의 문제 등을 정치적 의제로 이슈화하는 언론의 적극적 모습을 보지 못했다.
22대 총선결과에서 보여준 민의, 곧 국정운영 쇄신, 여야영수회담, '채상병특검법', '김건희여사 특검법', '검찰정치의 종식과 개혁' 등 산적한 현안들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해결되려면 언론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의제설정기능의 힘을 가진 언론. 우리 사회의 독이 아닌 약이 되기를.
글쓴이=조성은
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 (주)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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