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방송사 재허가 심의 권한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언론 입틀막'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권력자에 거슬리는 방송사들을 위협하며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
일련의 방심위 심의 결과들을 보면. 마치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추락과 여권의 총선 참패가 방송 보도의 잘못 때문인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외교참사 보도, 김건희 여사 ‘도이치 주가 조작’ 의혹 보도를 한 MBC, YTN 법정 제재에 이어 어제는 이번 22대 총선 기간 동안 ‘김건희 특별법’에 ‘여사’ 호칭 누락,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보도’,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수치‘1’을 파란색으로 보도,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비판 보도 등이 공정선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30건에 달하는 무더기 법정 제재가 방송사에 가해졌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 중 불과 27%만이 윤석열 대통령의 '날리면-바이든‘ 외교참사 발언이 거짓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도이치주가 조작사건 및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김건희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관련 보도들에 대해 무더기 법정 제재들을 내린 방심위의 이유들은 참으로 빈약하고 민망스럽다. 이러한 조치들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비판적 보도 방송사들을 눈에 가시처럼 보는 사람들에게는 통쾌함과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지닌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참사에 대한 인식이 회복되는 것도, 김건희 여사 비리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불행스럽게도 방심위의 권력자를 위한 파수꾼으로서 오염된 모습들은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 방심위가 내린 비판적 방송사들에 대한 법정 제재들이 결국은 법원의 무죄판결로 끝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심위는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끊임없는 권력의 방송통제에 대한 유혹 때문이다.
방심위는 공정한 저울추를 가질 때에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공신력과 권위가 확보된 기구가 될 때 가능하다.
9명으로 구성된 방심위 위원들은 권력자를 위한 파수꾼이 아니라 언론의 파수꾼이 될 수 있는 자를 추천해야 한다. 비록 각각의 위원들이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에 의해 추천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자신을 추천한 쪽의 이익이 아니라 언론의 파수꾼으로 공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라야 한다. 추천자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성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고 편파적인 잣대를 부끄럼 없이 들이대는 자는 안 된다. 권력에 취약한 표리부동한 자는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상화의 책임은 9명의 방심위 위원들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 대통령, 여·야 교섭단체 모두의 몫이다.
글쓴이=조성은
김대중재단 여성본부장 / 前 (주)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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