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양주 회암사지 특설무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19./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양주 회암사지 특설무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19./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방해 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이 재임 중 행사하게 되는 10번째 거부권으로, 계속된 거부권 행사에 '탄핵'이란 용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는 국민적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채상병특검을 앞세워 윤 대통령 탄핵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사이에 탄핵이라는 단어가 보다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도 짚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검찰 인사를 들어 "2016년 전철을 밟지 않기를 그렇게도 바랐건만 T익스프레스를 타네요"라고 했다. 2016년의 전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T'는 탄핵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일 윤 대통령을 향해 "채해병 순직 특검법을 수용해서 변화의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내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반복되면 안 된다.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을 협상카드로 쓰고 한 보도가 있다. 이 보도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총선 민심을 받들 계획과 과제를 논의할 자리에서 야당과의 전면전을 부추긴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총선 민심을 받들겠다고 하더니 왜 국민의 뜻을 거부하면서 반대로 가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국민의 인내심을 또다시 시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채 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20./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채 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20./뉴시스

◆ 野 7당, 용산 집결 "채상병 특검법 수용하라"…조국 "윤 대통령, 폭탄주 퍼마시듯 거부권 맘대로 사용"

민주당을 비롯한 7개 야당 지도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표 직무대행,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내정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거부권은 절차와 실체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한하여 행사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자신의 연루 혐의를 밝히려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정당성을 갖기는 극히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공수처가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해당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아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순실 특검' 때 파견검사였다. 그럼 윤석열 검사는 불법에 동조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좀 제대로 갖다 붙였으면 한다. 뭔가 좀 그럴듯해야 토론이라도 되지 않겠나"라고 질타했다.

조 대표는 "'특검을 거부한 사람이 범인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윤 대통령 자신이 한 말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로 넘어온 채 해병 특검 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심의 의결해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현재 경찰과 공수처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추 원내대표는 특검 추천 절차에 대해서도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이 그중 2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는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의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의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10번째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재임 중 10번째 거부권에 해당한다.

채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상병의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목적으로 한 법안으로 대통령 자신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법안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후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논리는 이 법안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다음은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주요 법안들이다.

▲2022년 6월, 교육개혁법: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법이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2년 9월, 언론개혁법: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2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조항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했다.

▲2023년 3월, 노동법 개정안: 노동시장 유연화를 저해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3년 6월, 국방개혁법: 국방 개혁의 방향이 현 정부의 국방정책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2023년 9월, 환경보호법 개정안: 경제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3년 12월, 건강보험법 개정안: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2024년 3월, 부동산세법 개정안: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2024년 5월, 사회복지법 개정안: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10번째로 윤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된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향후 정치적 논란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거부는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다면 국회에서 재표결할 방침을 모색해야 한다며 '야 6당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황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가는 열차의 연료를 스스로 채워넣고 있다"며 "내일 특검법이 거부된다면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첫 대통령으로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은 명백한 직권남용이고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헌법 위반이다. 이미 저질러진 법률 위반에 헌법 위반까지 보태진다면 탄핵 마일리지가 더 크게 쌓인다"고 거듭 경고했다.

황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강행한다면 국회의 재의결로 거부권을 거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대통령 탄핵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을 불쾌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14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로 인식을 못하고, 조금씩 나아지는걸 잘 못느끼지만 뭔가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권 퇴진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정말 어떤 개혁을 해 나간다는 게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같은 세상에서는 적을 많이 만드는 일"이라며 "왜냐하면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많은 국민들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에는 어떤 기득권을 뺏긴다"고 주장했다.

과연 내일 윤 대통령이 예측한 대로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지, 이에 따른 정치권의 거센 반발과  함께 박근혜 씨에 이은 두번 째  탄핵이라는  헌정사를 새롭게 쓰게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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