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하고 있다. 2024.06.10./뉴시스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하고 있다. 2024.06.10./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남북 간 긴장 상태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10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출국해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첫 순방 일정으로, 지난 2월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취소한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배경에 대해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복합 위기가 확산되며 그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K-실크로드' 구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 같은 대통령의 순방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경제가 엉망진창이다"라며 "식구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배우자와 함께 해외로 떠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조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화려한 사교장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조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집에 불이 나서 대들보와 석가래에 불이 붙었고 식구들은 다 불을 끄려고 뛰고 있는데, 빚쟁이 가장은 배우자와 동행해 해외로 떠났다"라며 "윤 대통령과 장관 등 공식 수행원이 있어야 할 곳은 실크로드로 가는 비행기가 아니라 비상경제대책회의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들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자숙한다"며 "김 여사의 윤리 의식과 염치는 그것보다 못한가"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동해 원유·가스전 등의) 이슈를 일으키고 해외로 떠났다"라며 "김건희 여사의 방탄용으로 해외로 떠난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수사 참고인 2명이 해외순방에 따라갔다"라며 "대통령 부부가 이를 모두 도피하듯 해외순방을 떠났는데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나"고 지적했다​​.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2024.06.10./뉴시스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2024.06.10./뉴시스

◆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남북 긴장 고조…윤 대통령 외교 성과는?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남북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확성기 방송 재개는 남북 간 국지전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면서도 "확성기 카드를 꺼낸 정부의 강대강 대응은 국지전까지 비화할 수 있는 긴장도를 높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확성기 방송 재개가 남북관계발전법 2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북의 오물풍선을 대북전단과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막을 수 없다. 정부의 무모한 대응으로 위협을 받는 것은 접경지대 국민의 안전"이라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이번 순방은 중앙아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기 위한 중요한 일정이라고 대통령실은 강변한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동행과 남북 긴장 상태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순방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순방에는 디올 백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행정관 두 명이 순방에 동행해 검찰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국경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도발이 끝끝내 시작됐다"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성명에서 "우리는 빈 휴지장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일촉즉발 위기의 남북 긴장상태 속에서 야당의 비판과 국민들의 우려 속에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어떤 국가적 이익을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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