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전세사기특별법' 등 야당이 강행 처리한 4개 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14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전날 '채상병 특검법'안에 이어 이번 거부권 행사는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상병 특검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조금 전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 '농어업회의소법안 재의요구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21대 국회가 이날로 종료된다. 국회법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한 4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1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는 이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을 일방 처리했지만, 국민의힘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법안들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4개 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들은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간 합의도 없는 3무(無)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 민생 법안, 특히 사실상 합의 수준에 이른 법안들은 최우선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리며, 제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생 법안들을 재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22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어서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고, 민생 위기 특별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내용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특별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자신도 피해자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세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처사"라며 정부의 민생 외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대변인은 "정부여당이 협치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또한 "윤석열 정부가 밝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재의 요구 의견이 하나같이 정부의 무능만 증명하는 꼴이라 더욱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채권매입 가격을 놓고 분쟁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신 대변인은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정부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공정한 채권매입 가격 기준은 최우선변제금 지급 기준 등에 따라 충분히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거부권 행사로 인해 21대 국회의 민생법안들은 줄줄이 폐기될 예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구하라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 1만6000여건은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된다.
민주당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쟁 무리수 탓"이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고, 국민의힘은 "윤 지키기 탓"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여야의 갈등은 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계속해서 차지한다면, 개혁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2대 국회 개원 후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한 뒤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통해 상임위원장 18개를 독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일방적 독주가 재현되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강력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민주당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협치의 정치, 의회 정치 본령으로 돌아오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며 "특검법은 막았을지 몰라도 정권의 추락은 막지 못한다. 순천자흥 역천자망이라 했다. 민심을 거스르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여야의 충돌 속에서 21대 국회는 막을 내렸고, 22대 국회가 개원되면서도 민생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협치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 "22대 국회서 민주당과 채상병 특검법 발의"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이날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뜻을 같이 하는 야당들과 함께 '채 해병 특검법'을 공동발의 하겠다"라며 윤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을 해임해 결과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당사자가 윤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 해병 순직 수사에 외압 의혹이 있는 주요 대목마다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며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윤 대통령은 자신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나 전화를 걸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번째 통화 직후에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보직해임 통보 하는데 이런 통화 기록은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됐다"며 "수많은 증거가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마당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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