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며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03.18./자료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며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03.18./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에 명시돼있는 국민의 권력입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제각기 국민을 빌어 다른 '심판론'을 내세웠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민주진보 정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쳤고 이에 맞서 한동훈 위원장이 이끈 국민의힘은 느닷없이 '이·조심판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야당의 편을 들어줬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입니다. 지난 2년간 윤대통령은 거부권 말고는 한 게 없을 정도로 무능함에 더해 불통의 이미지로 각인됐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 국민을 외면하고 '좋아 내 방식대로 빠르게 가'라며 독선을 고집하더니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발언은 정부 심판론을 더욱 탄력 받게 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물가, 경제, 민생 등은 상위권으로 꼽힙니다.

야당 대표를 한번도 대화 테이블에서 만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 측근 검찰 출신들을 요직에 앉혀 국정을 보게하거나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대사에 임명시킨 일 등등 일일히 열거하기엔 숨이 찰 지경입니다. 

국익이 최우선인 외교 무대에선 '바이든 날리면'  등으로 전국민 청력을 의심케하고 이를 보도하면 검찰이 나서서 기소하고 방심위가 언론에 패널티를 줘 언론이 자기검열에 빠지게 합니다.

오죽하면 얼마전 스웨덴의 한 기관이 한국은 민주주의가 후퇴해 독재화되었고 언론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보고서까지 냈습니다.

보다 못한 국민이 투표로 심판에 나설 결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을 포함 범진보진영이 190석 이상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합쳐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에서 간신히 버텼지만 지난 21대에 이은 대참패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제 대통령 임기와 함께 다시 남은 3년 동안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선거 막판 대구·경북·부울경 등에서 보수대결집은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윤대통령의 님은 임기 동안 식물 정부로 전락할 위기에 빠지게 됐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독주와 무능에 국민들이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사이에서 정권 심판론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선거 결과, 안타깝게도 윤석열 탄핵소추 범야 200석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190석이 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윤정권에 몽둥이 대신 회초리를 야당에 쥐어주게 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레임덕(lame duck, 절름발이 오리) 상태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사실상의 완전 패배라고 해석했습니다.

4월11일자 주요신문 1면  편집
4월11일자 주요신문 1면 편집

국내 언론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일제히 윤대통령의 독선 불통에 국민이 정권을 심판했다는 제목을 뽑아 이번 총선의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의 '윤석열 버리기' 논조를 지켜보면서 세상 참 매정하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이번 총선 민주당의 개혁공천을 두고 '비명횡사'라는 프레임으로 야당을 뒤흔들어놨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2020년 21대에 이어 22대 총선까지 '총선 3연패'에 빠졌습니다. '개헌저지선'은 간신히 지켜냈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에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됐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비례당의 득표가 38%나 나왔다는 것입니다. 지난 한달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높은 지지율입니다. 막판 보수 대결집이 벌어진 것입니다.

몽둥이가 회초리로 약해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윤대통령이 2년 동안 안하무인격으로 국민을 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과를 여당의 참패,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라고 말하기는 어렵기에 비긴경기라고도 합니다.

충분히 공감가는 대목입니다. 이는 범야권이 더 크게 압승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못했던 것에 대한 패배감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2% 아쉬운 승리였다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양당구조는 그대로 고착되었고 부동산에 이어 정치성향에 있어서도 보수진영의 '강남불패' 신화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고질적인 지방색도 갈수록 더 짙어지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지도상에 표기된 전국 지역별 여야 의석 분표를 보면 마치 신라 백제시대로 돌아간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선거법·정당법 등의 정치 개혁이 없이 한국 정치는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또 다시 남긴 결과입니다. 

하지만 지난 21대 국회와 숫자가 비슷하다고 해서 절대로 지금까지의 여소야대 국회와 같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윤정부를 지탱하게 해준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외치다 쓰러진 전 직 법무장관인 조국과 추미애가 경기장에 등판했습니다.

범야권이 국회선진화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모든 안건을 사실상 단독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라, 국정 운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라진 민주당이 벼르고 있습니다. 민주당 보다 더 앞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조국혁신당이 무려 12척의 배를 얻었습니다. 

윤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윤대통령 자신과 부인이 수사 대상인 데다 총선 참패로 정치적 부담이 더 커졌기에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 추가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할 수 있어 국회 상황은 확실하게 야권 주도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동훈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번 패배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정치 행보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다시 서두에서 꺼냈던 헌법의 국민주권론을 거론해 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주권 대리인입니다. 대리인들이 주권자의 요구를 거역할 순 없습니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대리인에게 회초리를 전했습니다. 

윤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향해 자신 있게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윤석열 앞으로 3년은 너무 길다' 정도가 아니라, 30일도 길다."는 요구도 적지 않은 만큼 민주당을 포함 범야권의 과제는 그만큼 화급하고 중대하다는 얘기입니다.

주권자인 국민도 이제 또 다시 공론장에서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모아 대리인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왜곡된 언론에 대해 독자로서 감시하는 것..

이게 바로 대통령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나라의 주인인 주권자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