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19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뒤 오후 이를 재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를 거친 순직 해병 특검 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번 특검 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재가함에 따라 정부는 채해병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임기 들어 벌써 10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을 쓰게 됐다.
이에 따라 제21국회 마지막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여당은 이탈표 방지에 사력을 다할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와 채해병 특검은 곧바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슈로 옮아 붙을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거부권 남용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할 수 있고, 대통령실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점이 탄핵 소추의 근거라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의 주관으로 열린 '채 해병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 위헌성을 논한다' 긴급토론회에서 "윤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일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공직자는 직무 수행과 관련해 공평무사하게 처신해야 하고, 사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직무 수행을 회피해야 하는데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도 "대통령실이 채 해병 수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수도 없이 나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는 것"이라며 "대통령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어선 위헌적 권한 행사로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위헌적 행위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헌법상 거부권을 행사하는 절차적 요건은 규정돼 있지만 실체적 요건은 명확하지 않아 '한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결정은 탄핵 소추 사유에 해당한다는게 참석자들 모두의 견해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채 해병 특검법안 처럼 대통령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공익 추구해야 하는 공직 원리에 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직 검사인 김규현 변호사는 토론에서 "본인이나 측근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사적 이익을 위한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에 해당하고 인용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정 교수의 견해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민변 사무총장인 하주희 변호사는 "현행 헌법 하에서 행사된 거부권의 재의 요구 사유로, 국회가 아닌 야당을 비난하며 향후 치러질 선거의 공정성을 사유로 든 것은 전례가 없으며, 헌법상 허용되는 재의요구 사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 채해병 특검법의 필요성
지난 2023년 7월,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던 해병대 대원(고 채수근 상병)이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많은 사람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했음에도 수사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진짜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숨기려는 건 아닌지 의혹은 더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은 특검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결국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되는 대통령 자신에 의해 거부되고 만 셈이다.
수사할 내용이 복잡하지도 않아 보인다. 의혹 자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물살이 거센 상황에도 수색에 나서도록 시킨 책임자는 누구인지, 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책임자를 숨기려고 했는지가 골자다.
공수처 수사의 한계도 특검의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 수사 일손이 부족하고 그간 공수처장 자리도 비어 있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데까지만 5개월,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을 임명하자는 필요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지난 4·10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지난 5월 2일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결과 보고 특검을 다시 논의하자"며 반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바로 재의결시 이탈표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21대 국회 재적의원 295명(296명 중 구속기소된 윤관석 제외)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3분의 2 이상인 197명 이상이 찬성해야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의사일정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특검법 통과에 찬성 의견을 밝힌 터라,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채상병 특검의 찬성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소신투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에는 "헌법 공부를 좀 더 하시라"며 반박했다.
안 의원은 "이 사건은 우리 아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바친 사건"이라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분에 대해서는 진상을 밝히고 최고의 예우를 해드리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 짚었다. 김웅 의원도 재의결시 찬성표를 던질게 분명해 보인다.

◆ 범야권 "역대 최악 대통령"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채상병 특검법에 10번째 거부권을 쓴다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역사에 길이길이 남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특검법을 수용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동안 김건희 여사 방탄을 위한 검찰 인사와, 채상병 특검법 거부에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겠다"며 "거부권으로 야당·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국민과 함께 총력 대응하겠다. 국민과 싸워 이긴 권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되자 야6당은 총집결해 재의결 의지를 다지는 동시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권-시민사회,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대회'에 참석해 "날씨도 더운데 속에서 열불도 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을 향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윤석열 대통령이 채해병 특검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걸 스스로 자백한 거 맞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고 "야당이 힘을 합쳐서 윤 정권 독주와 오만을 심판하고 채해병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여러분이 두려워할 것은 대통령과 권력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임을 반드시 기억하라"며 재의결에 찬성할 것을 촉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발언대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조 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빈도수로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1년에 5번으로 압도적 1위"라며 "12년 집권한 이승만 대통령은 1년에 3.75회 꼴"이었다고 지적하고 "거부권을 오남용하는 전형적인 행정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독재에 더해 행정 독재로 가고있다. 이승만 대통령을 따라가고 있다. 자랑스럽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에 수많은 시민과 야당들,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반드시 채 상병 특검법이 다시 통과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률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계속 거부한다"며 "벌써 10차례다. 거부권을 오남용하는 전형적인 행정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하는 국민의 배가 넘는다"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6개 야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의힘에 요구한다. 대통령실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고, 거부권 행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5일엔 야 7당·시민사회 공동으로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대통령 자신을 향하는 특검에 대해 거부권 행사라는 권한으로 국회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윤 대통령과 이에 맞서 탄핵 카드까지 언급한 야당의 결전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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