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4.07.02.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4.07.02.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6개월여 만에 전격 사퇴했습니다. 이번 사퇴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직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김홍일 위원장은 2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예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면직안을 즉각 재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퇴는 야당의 탄핵소추안을 피하기 위한 '꼼수 사퇴'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퇴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사진 교체 계획을 의결한 후, 탄핵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만의 해석은 아닐 겁니다. 전임 이동관도 같은 길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김홍일 전 위원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을 예정대로 본회의에 보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장악 쿠데타를 시도한 김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을 피하려고 꼼수 사퇴했다"며, "사퇴해도 잘못이 사라지지 않는다. 방송장악 쿠데타의 죄를 반드시 묻겠다"고 했습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탄핵과정을 이어가면서 헌법재판소까지 갈 생각이 있다"며, "탄핵이라는 게 정치적인 겁주기가 아니라 과오에 대한 검증 과정이란 걸 보여줄 것"이라면서 "김 전 방통위원장은 민간인 신분이어도 법사위에 나와서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여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정권 나팔수,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시대착오적 망상"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의 사퇴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상인 부위원장 한 명만 남게 되어 기능이 사실상 정지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윤 정부는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 교체를 기한 내에 마치기 위해 후임 방통위원장의 인선을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할 예정인 후임 방통위원장에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답니다. 이번 사태는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재점화하며, 향후 한국의 언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형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꼼수사퇴, 김홍일 규탄 '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2./뉴시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형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꼼수사퇴, 김홍일 규탄 '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2./뉴시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미국 하바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공동 저술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는 민주주의의 쇠퇴와 독재화 과정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특히 언론자유 침해와 권력의 언론장악이 민주주의 붕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강조합니다. 몇 가지 주요 사례와 그 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언론 장악의 폐단으로 여론의 왜곡이 꼽힙니다. 독재자가 언론을 장악하면, 정부에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고 유리한 정보만을 퍼뜨립니다. 이는 국민들이 정부의 잘못을 알지 못하게 하여,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킵니다.

후안 페론의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언론을 통제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습니다. 페론은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폐쇄하거나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로 교체하며,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프로파간다를 확산시켰습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의 약화: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견제 역할을 합니다. 독재자는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반대 세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후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대통령은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사들을 탄압하고, 국가 통제 하에 있는 언론사를 통해 정권을 홍보했습니다. 이는 야당의 목소리를 줄이고, 차베스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공공 신뢰의 상실: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게 되면, 공공의 신뢰는 저하됩니다. 사람들은 언론의 정보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이는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정부는 독립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친정부 성향의 기업가들에게 매각시켰습니다. 이는 공공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의존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주적 절차의 훼손: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면 선거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독재자는 언론을 통해 선거를 조작하고,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은 미디어법을 개정해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친정부 성향의 미디어를 통해 선거 캠페인을 독점했습니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민주적 절차를 훼손했습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독재자들이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언론자유가 민주주의 유지에 필수적임을 강조합니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면, 권력의 남용과 부패가 드러나지 않고, 민주적 절차가 왜곡되며, 공공의 신뢰는 상실됩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을 장악해 성공한 정부가 없었었다는 것도 윤석열 정부는 깊이 새겨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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