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총선 참패 후 관심을 모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나의 길을 가겠다로 해석된다.
불통과 무능에 국민이 표로 심판하며 소통과 변화를 요구했지만 윤대통령에게 돌아온 답은 불통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지만, 구체적인 쇄신방안은 보이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는 말로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TV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은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육성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엿새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대통령실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의 삶을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했다고 자성하면서도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복원, 첨단산업 육성 등 집권 이후 지난 2년간 역점을 둔 정책들을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회생의 활력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많은 근로자들에게까지 온전히 전달되는 데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친다."고 주장한 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한다.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추어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며 그동안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계속하겠다며 결국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주요 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소통의 상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아 여야 모두 정치권에서 요구했던 야당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향해선 "이번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을 하자"고 국무위원들을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달라. 아울러서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모두발언은 3800여자 중 2800자 넘게 총선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다.
대부분의 메시지는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았으며 다만 '더'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그쳤다.
국민들이 심각하게 겪고 있는 민생 문제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이미 서민의 삶을 챙기고 있고,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다만 그 깊이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 기존 정책 방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산업 정책, 청년 정책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좋은 정책이었으나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 해왔는데 국민이 체감 못 한 것이 문제라고 책임을 국민에게 돌린 셈이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국정 쇄신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아가 내각 개편과 참모진 교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또 국회와 협력하겠다면서도 영수회담 등에 대한 입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과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총선 패배와 무관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결심을 내보인 것이다.

◆민주당 "용산 주도 불통식 정치 일관하겠단 선언"…조국당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여당 참패와 관련해 입장을 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조금이라도 국정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대통령이 받아들인 총선 민의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아집과 독선으로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했다"며 "이번 총선을 통한 민의를 잘못 이해하셔도 한참 잘못 이해하셨다"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부디 국민과 동떨어진 채 자기 할 말만 하는 소통의 방식은 이제 그만하셔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민께 지난 2년의 반성과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직접 밝힐 자리를 다시 마련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총선 관련 입장을 육성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총선 참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야당과의 구체적인 협치 언급은 없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며 "윤 대통령은 왜 국민의 견해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는 한사코 회피하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예전에 탄핵당했던 어떤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의 표현대로라면,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명줄만 붙여놓은 셈'인데 이대로라면 더 기대할 것이 없다"며 "조국혁신당은 한다. 총선 민심이 대한민국 국정 운영에 오롯이 반영되도록 만들겠다"고 전했다.
한편 야당의 비판과 달리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더욱 심기일전하여 민생을 더 가까이,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며 진심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 [이로운주목]민주당 등 '채 상병 특검' 계기 尹 압박..."거부하면 국민이 거부할 것"
- [이로운톺아보기]총선 하루 지나 열린 나라 곳간 살펴보니…'역대 최대 세수결손'에 적자 87조
- [이로운넷칼럼]尹의 무능·불통에 성난 국민이 회초리를…4·10총선이 남긴 과제
- 전현희 후보 측 선관위와 국힘에 경고 "윤석열 정권은 무엇이 두려운가"
- [4·10총선 D-1]여야 대표 말·말·말…"범야 200석" vs. "여 과반"이 화두로
- [이로운넷시선]"의대 증원 1년 유예, 검토한 바도 계획도 없다"…윤석열식 국정운영 방식은 안 변할 듯
- [이로운넷시선]한동훈 입은 거칠어지고 尹은 여전히 불통…패닉에 빠진 국민의힘
- [이로운넷시선] '이종섭·황상무 악재'에 불안한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
- [이로운넷시선] 황상무 수석, "MBC 잘 들어"?…"펜은 총칼보다 강하다"
- [이로운톺아보기]여론에 밀린 불통 尹, 이재명에 전화 "다음 주 용산서 만나자"
- [이로운체크]尹-李 영수회담, 우여곡절 끝 29일 용산서 차담 형식으로…의제 제한 없어
- [이로운체크]윤대통령-이재명 대표 영수회담…모두발언서 이대표가 전한 총선 민심
- [이로운넷시선]이재명은 할 말 다했고 尹은 안 듣고…국민은 불통 확인하고
- [이로운넷시선]내년 의대 증원, 사실상의 확정?…법원 제동에 '의·정 갈등' 새로운 국면으로
- [이로운넷시선] 세계 언론자유의 날, 한국 언론의 현주소
- [이로운주목]윤석열-조국, 부처님오신날 5년만에 어색한 만남·인연
- [이로운체크]'채상병 특검' 요구 증가·'尹 탄핵' 국민청원 40만 명 육박…사면초가에 빠진 윤대통령
- [이로운시선] 가상세계에 빠진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기자회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