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24차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6.14./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24차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6.14./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협의로 재판을 받으러 가는 도중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내며 언론과 검찰의 유착을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은 희대의 조작 사건이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검찰이 주는 정보를 받아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로 인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묻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언론인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언론의 역할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대표가 언론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한 대목은 바로 다음이다.

그는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 왜 이런 점을 언론들은 한번 지적도 하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안부수 회장에 대한 판결은 '북한에 송금한 800만 불이 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 사업의 대가다'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화영에 대해서는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다' 이렇게 판결했으면 언론에서는 이런 점이 왜 발생했나를 최소한 보도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또 예를 들면 안부수의 증언과 진술이 일정한 시점에서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 사이에 안부수 딸에게 (쌍방울이) 집을 얻어주는 매수 행위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도 왜 언론들은 다 침묵하느냐?"고도 했다.

이어 "그뿐만이 아니다. 국정원 보고서에 분명히 이게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북한의 이호남 정찰총국 간부가 김한신이라고 하는 대북 인도적 사업가에게 주가조작 대가로 일주일에 50억씩 받기로 했으니까 당신이 대신 좀 받아달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이런 보고도 있다"고 제시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의해 다섯 번이나 기소된 바 있다. 이번 기소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하여 대북 제재로 불가능했던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을 약속하고,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번 기소를 '대통령의 가신이 되려는 검찰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레거시 미디어의 강력한 비판

이와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았던 레거시 미디어는 이 대표의 발언중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고한 부분만을 콕 집어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표의 발언은 위험한 언론관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는 정론직필로, 불리한 보도는 왜곡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흑백 이분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의 언론 공격은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한다"며 이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입법권력을 장악한 원내 다수당 대표가 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말"이라며, "이 대표가 언론에 불만을 터뜨린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만 보도하고 유리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라고 주장했다​​.

일각의 옹호와 뉴스타파 보도의 외면

반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대다수 언론이 검증보단 검찰 주장을 받아쓰기에 분주하다"며 이 대표의 발언을 지지했다​​​​. 양문석 의원도 "기레기라고 해도 될 것을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줘도 기레기들은 분노 조절 기능을 상실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역시 "이재명의 주장과 달리, 안부수 재판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의 동기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보고서를 입수해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실제로는 주가 조작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쌍방울의 안부수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매수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안부수의 딸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보도 내용이 주류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쓰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태도를 비판한 셈이다.

이 대표는 "언론을 민주주의의 제4부라 부르는 이유는 권력을 감시해야할 공익적 책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검찰 주장에 반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검찰 편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회 폐쇄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사진기자실에 임시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국회 제공)2020.08.27.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회 폐쇄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사진기자실에 임시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국회 제공)2020.08.27.

이재명 대표의 언론관에 대한 언론단체 반응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3개 언론직능단체는 17일 이재명 대표와 양문석 의원의 언론인 비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언론단체는 이재명 대표와 양문석 의원의 발언을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저급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에 실망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언론단체는 검찰 출입 기자들이 검찰의 입장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관행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죄 추정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의 입장만을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여론 재판을 하는 관행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언론단체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언론도 검찰 기소 전 단계에서 수사기관에서 나온 정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관점을 반영하여 '유죄추정 보도'로 치우치지 않도록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거시 미디어는 이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위험한 언론관을 지적한 반면, 일부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언론의 검찰 편향 보도를 비판하며 이 대표를 옹호하는 가운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출입기자실을 폐쇄까지 했던 기억을 소환하게 한다. 

출입기자단이 출입처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기보다 오히려 출입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도 나올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을 폐쇄시켜 기자들을 집단적으로 당황케 한바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특권을 없애고 권언유착을 방지했으며 정부와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었다는 긍적적 평가도 상당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기자실 폐쇄 등 기자단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킨 후 기자단 폐해가 비판을 받아왔지만 기자단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 발언이 향후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갈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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