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한 해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와 함께하기로 한 지리산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활동가들의 첫 워크숍이 벌써 두 번째 연기되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1박 2일짜리 워크숍을 하루짜리 워크숍으로 축소하며 3월 28일로, 4월 11일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4월 11일에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참으면...’ 하던 마음이 이제는 ‘미루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2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분야별 조치사항 알림’류의 공문이 매일매일 ‘긴급’이라는 머리글을 달고 교육청으로, 각 학교로 내려온다. 가장 변화가 더디다는 교육청,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라니, ‘코로나’가 정말 큰 일을 하는구나 싶다(평소라면 이런 실험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최근 경상남도의 각 지역청에서 ‘학부모지원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중간 지원가들과 화상회의를 시도해보고 있다. 처음이라 어렵고 막막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몇 번의 테스트 끝에 첫 회의를 해보니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평이다. 논의해야 할 의제를 단순명확히 공지하고 공정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몇 가지 약속들만 잘 지키면, 회의도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듯하다.(전에는 전체 회의를 하려면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 가야 했다.)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다양한 장소들이 함께 접속되는 경험은 새롭다. 

이은진 활동가가 다른 활동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이은진

#3
화상회의에 성공하고 나니 이제 상상력에 탄력이 붙는다. 독일에 있는 나의 친구 B의 평화 워크숍을 화상으로 진행해볼 수 있겠는데? 서울에 있는 J가 이끌어주는 드로잉 모임을 지리산에서도 할 수 있겠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면 화상 강독회를 만들어 책 모임을 하면 되겠구나. 함양 사람들끼리만 하던 마을 모임, 이제는 군지역 시민들의 모임으로,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랑 못 할 것도 없겠는걸? 악기 연습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럿이 함께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재난의 시기에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구나...

쪼글쪼글 움츠렸던 마음이 점차 펴지는 느낌이다.

그러고는 휘휘 둘러보니 벌써 피스모모 와 같은 단체에선 107명이 참가한 온라인 평화대학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하고, 공연을 준비하다 ‘셧다운’을 맞이한 미국의 한 고등학교 합창단은 온라인 공연을 멋지게 해냈다고 한다. 

베란다 콘서트로 이웃들과의 연대감을 기획해 내는 이탈리아 시민들은 어떻고.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세상과 어떻게 접속할지 궁리해봐야겠다. 어쨌든 우리는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찬찬히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재난의 시대, 활동가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기획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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