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온 편지] 5. 서울 밖에는 꿈이 없다
[로컬에서 온 편지] 5. 서울 밖에는 꿈이 없다
  • 전남(목포)=박명호 대표
  • 승인 2019.12.02 0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한 축제·정부주도 일자리 대신 청년의 꿈을 살펴보자

서울 밖에는 꿈이 없다.

꿈이 있어도 서울 안에는 있는 꿈이 서울 밖이라는 이유로 있다는 것 자체를 설득하고 증명해야 한다. "멋진 꿈이네"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서울 밖에서 한다는 것 자체로 부정당하는 일이 잦다. 나는 서울 밖에는 꿈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서울 밖에도 서울과 다르지 않은 꿈이 있다고, 서울보다 더 꿈을 꾸기 좋은 곳이 서울 밖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서울을 떠나 전라남도에 목포에서 그 이야기를 한 지 2년이 넘었다. 도전을 포기하고 쉬러 가는 건지 묻는 사람들과 그 멀리에서 과연 변변한 건 해낼 수 있을지 기대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2017년 여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는 마음을 먹었다. 서울에 있는 사무실과 기반을 정리하고 전라남도 목포에서 그 일을 해보기로 했다. 목포에 내려온 첫 번째 밤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을 내리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살겠다고 말하니까 어떤 일을 할 건지 묻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느낌이 좋아서 살아보기로 했고 무엇이든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할 지 궁금해했다. 나는 비즈니스 모델은 차차 만들어갈 예정이고 왜 지역에 기여를 해야 하는지 도리어 궁금해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것이지, 스스로를 챙기기도 어려운데 지역과 교류하고 기여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나는 개인이 가진 가치와 사회적인 성취를 함께 이루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다고 했다. 시도와 의도가 선했다 하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늦었더라도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마음을 먹고 다시 또 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됐을까?

몇 년 전 서울역과 그리 멀지 않은 갈월동과 만리동에서 '꿈을 함께 꾸자면서 폭력, 폭언, 부당한 대우를 하는 사람'과 함께 작은 기업을 만든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얼마나 끔찍했던지 일상처럼 밤을 새고 계획을 세우고 크고 작은 결과도 만들었다는 건 들어서 알겠는데, 그 기간 기억이 잘 없다. 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또렷하지 않았고, 사무실도 없고 동료도 없이 사람 하나를 믿고 거의 1년 가까이 일을 했었다. 그 사이에서 얻었던 사람들은 이상하게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나는 그 시기를 지나면서 '꿈'이라는 건 혼자 꾸는 게 아니라 함께, 그것도 같은 보폭으로 서로를 배려하면서 꿀 때 더 멋지고 이룰 수 있는 확률도 높다는 걸 알았다. 서울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마음먹고 일을 한 지 7년 만에 서울을 떠났다. 서울 안에서 꿈을 찾길 포기했다.

서울 밖에서 꿈을 꾸는 것 역시 서울과 지역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 "명호 씨, 그렇게 일을 하면 안 불안해요? 괜찮아요?" 묻는 사람들이 많다. KTX 타고 용산역에서 2시간 25분은 와야 하는 곳까지 왔지만 보통 새벽 3시에 퇴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일을 한다. 하다못해 휴가를 떠난 베트남, 태국, 일본, 대만에서도 일을 한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순간도 일을 다 마치고 겨우 짬을 낸 시간, 새벽 3시 32분이다. 단지 배경이 서울 밖일 뿐이지 그곳과 다르지 않은 꿈을 꾸고 있기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고민과 노력은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은 서울과 다르지 않지만 목포역 인근 오래된 마을에서 지내는 일상,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순간들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어차피 일을 할 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서 일을 하고, 잠시 여유가 생기면 해수욕장을 찾고 게살 비빔밥과 장어탕, 생선 백반, 중깐 등을 먹을 때면 행복한 마음을 먹게 된다.

왜 서울 밖에서는 카페, 음식점, 여행사, 게스트하우스, 편집샵 아니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 걸까. 왜 서울 밖에서는 대기업, 공장, 정부 일자리 아니면 좋은 일자리가 없는 걸까. 나는 '괜찮아마을'이라는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마을을 만들면서 친구들을 모으고,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기로 했다. 말도 안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현재 12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고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작은 마을을 이뤄 살고 있다. 연고 하나 없는 지역에 서른 하나, 서른 둘, 두 청년이 내려온 지 2년 만에 생긴 일이다. 연고 하나 없는 지역에서도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다.

서울과는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서울 밖에서 제안하고 있다. 불안한 사람들도 돈을 벌고 살 수 있다, 실패할 수 있는 실험적인 일을 해도 괜찮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자 등은 곧 '공장공장'이라는 스타트업을 만든 이유가 됐다. 돌아다니는 여행 말고 함께 여행처럼 사는 마을을 만들자,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자, 조금 다르다고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말자 등은 곧 괜찮아마을을 만든 이유가 됐다.
 

서울 밖에도 꿈이 있다.

그 꿈을 설명하고 이뤄가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서울이라고 쉽던가. 친구가 없으면 모으고, 환경이 열악하면 구축하면서, 꿈이 막막하면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서울과 다르지 않게 꿈을 꾸면서 살아갈 수 있다. 인구도 경제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서 벗어나면 어쩌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고 응원해줄지 모른다. 그것이 가능한 게 서울 밖, 지방이다.

서울 밖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늘리기 위해 지방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산업단지 그만 만들고 거기서 거기인 이상한 축제 그만 만들고 지방 정부가 주도하는 과거형 일자리 정책을 거둬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더 이상 산업단지와 대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이다. 현재 전라남도에 있지만 좋은 환경을 가졌음에도 행복한 삶의 방식에는 아직 관심이 크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지방은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고 그곳에 계속 살게 하고 싶다면, 서울을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청년들이 바라는 행복한 일상이 있는 삶의 방식을 조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삶의 방식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누구보다 먼저 만드는 지방이 청년들 관심을 받고 청년들이 모여들고 함께 살아갈 것이다. 포틀랜드, 빌바오 등 혁신을 만드는 도시로 알려진 곳 역시 과거에는 중공업과 대기업 위주 산업 구조를 가졌었다. 일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 더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부족할지 몰라도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을 만들고 있다. 서울 밖 지방 소도시에서 포부 큰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서울 밖에도 꿈이 있다. 무너질 것이고 허공에 멤도는 꿈이 될 것이라고 했던 그 일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 괜찮아마을은 현실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