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주 어느 날,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노원구 공릉동을 견학차 방문한 것이다. 새벽에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진 날이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가는 내내 물난리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농사를 짓지 않지만, 주변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으니 비가 많이 와도, 비가 오지 않아도 덩달아 걱정이 된다.

이제는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뤄지지만, 청소년센터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릉동은 우리 고산 지역과 관심사나 지향이 비슷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청소년을 위한 활동뿐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센터의 의미와 기능을 확장하여 마을미디어, 청년창업, 커뮤니티공간 등 마을공동체 활동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공릉동을 방문한 목적은 단순한 선진지 견학이 아니라 마을 단위 도농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기 위해서였다. 주로 행정이 주도하여 시군 단위로 이루어진 기존의 도농 교류가 선언적이거나 일시적인 측면이 많았다면, 민간이 중심이 되어 아이들이 오가고 청년들이 넘나들면서 도시와 농촌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치를 공감함으로써 우리는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완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탐방 장면. 사진=김주영 대표

#2

며칠 전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주군청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네가 술렁거렸다. 완주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두려움과 걱정이 더 컸던 것 같다.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고, 일상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지만, 위험은 아직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이 전지구적인 위기, 유례없는 재난의 상황을 ‘기회’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혼란을 틈타 이익을 챙기려는 약삭빠른 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던 자연과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성찰과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공동체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우리는 갈등하기보다 서로를 걱정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둥글게 둘러앉아 안부를 묻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자리를 좁혀 새로운 이를 맞이하는 장면. 낯익은 느낌이지만 오랫동안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고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특별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이다.

#3

‘환대’와 ‘연결.’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우리 협동조합 활동의 지향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으로서 환대의 의미를 모를 수 없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완주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받았던 환대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별로 사회성이 좋아 보이지도 않고, 어디서 무얼 하다가 왔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낯선 사람이었지만 일단 일을 맡기고 곁을 내주는 신뢰, 필요한 것이 없는지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배려. 어쩌면 우리가 지역을 찾아오는 청년들을 위한 이런저런 활동을 하게 된 것도 그 생생한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다.

연결된다는 것의 의미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비슷한 문제와 고민이 있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연결돼 있었고,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서로 경쟁하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게 현대 사회의 생존 전략이라고 믿어왔지만,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이 어려움 앞에서 우리는 연결됨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접촉(Contact)할 것인가 아니라 어떻게 더 연결(Connect)될 것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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