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⑦공공입찰 미뤄지고 대출은 까다로워…‘온라인’ 눈돌리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사회적경제 기업은 광범위했다.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해온 기업들은 입찰이나 계약이 미뤄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기존에 계획한 행사나 프로그램도 줄줄이 축소?취소되면서 올해 상반기 계획이 전반적으로 어그러진 상황이다. 당장 운영이 힘들어진 기업에서는 온라인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거나, 자금 확보를 위해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는 속도 자체가 다름을 느낀다”며 “현재 1분기가 지났지만 즉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2분기는 경기 붕괴로 가느냐 아니냐의 기로가 될 것이다. 정부의 유연한 지원 정책은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 한마음F&C, 장례식 축소되고 장례용품 가격 뛰며 ‘이중고’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한마음F&C’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하고, 경조사가 전체적으로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간소하게 치르길 원하면서 상조회사 서비스 이용 등을 최소화하고, 조문객들도 장례식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서다. 더욱이 수의나 젓가락, 숟가락, 접시 등 각종 장례용품을 중국에서 수입해오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출고가 지연되거나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특히 공공기관, 기업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해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마음F&C는 신규 입찰이나 계약을 확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문윤 대표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기존에 진행하던 입찰을 미루거나 기존 업체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고객사 확보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1년에 1번 오는 기회인데,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음F&C는 2~3월 전년 동기 대비 15~20% 정도의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문 대표는 “종료되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하반기에는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업무량이나 매출 감소가 눈에 보이지만, 직원이나 급여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시급하게 필요한 건 ‘자금 확보’다. 정부나 지자체, 기관 등에서 내놓는 지원책을 알아봤지만, 한마음F&C에 해당되는 사업이 없었다. 문 대표는 “여행업?항공업처럼 직접 타격을 받은 분야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하 떨어진 경우, 사내 확진자가 발생해 사업장을 폐쇄한 경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맞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사업을 꾸려가려고 하는데, 당장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적은 금액이라도 현재를 버틸 수 있는 추가 대출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 상상우리, 중장년 취창업 교육?상담 취소→ 온라인 플랫폼 확충

중장년들이 취업?창업?전직 등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상상우리’는 올해 상반기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 행사 등을 대부분 중단했다. 5060 세대들이 은퇴 이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설명회?상담회?교육과정 등을 마련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정상 운영이 힘들어졌다. 상상우리가 서울역 근처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 ‘상상캔버스’의 대관도 대부분 취소됐고 신규 예약도 없다.

상상우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80%의 매출 감소가 느껴진다고 답했다. 신철호 대표는 “진행하기로 했던 사업이 중단되거나 아예 시작도 못한 것들이 많은데, 코로나19 사태가 꽤 오래갈 것 같아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지만, 올해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채용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기로 하면서 직원을 더 채용한 상황이다.

장기화에 대비해 상상우리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프라인 교육이 힘들어진 이상, 온라인에서도 교육?상담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신 대표는 “몇 달 안에 코로나19가 마무리된다면 지원 사업 등을 신청하지 않아도 되지만, 길어지는 상황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무슨 정책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함께일하는세상 “공공입찰 지연, 코로나19 장기화시 차입경영 불가피”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은 사회적경제 기업을 공공기관과 연결하는 ‘공공구매지원단’, 사회적경제 제품을 전시하는 판매장 ‘공감마켓 정’ 등을 운영한다. 주로 지자체나 공기관 등에서 기획?컨설팅?교육?공간 등 각종 용역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해당 공공사업의 입찰이 평소보다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함께일하는세상은 전년 대비 1~2월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 이철종 대표는 “보통 매년 3월이면 시작해온 공공사업들이 공지조차 올라오지 않았다”며 “공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수주가 가능해지니, 전반적으로 공공입찰 일정이 지연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사업으로 생기는 매출이 2/3 이상이다 보니, 입찰이 지연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입경영이 불가피한데, 이것 역시 장기화하면 차입으로도 막을 수 없다. 추후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불가피하게 직원 휴직이나 휴업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지원 정책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고 해봤지만, 문턱부터 막혔다. 이 대표는 “경기도에 있다가 지난해 서울로 사업장을 옮겨왔는데 경기도에서 신용 잔액이 남아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온라인으로 사전 조건을 체크하고, 상담 자체도 2주나 기다려서 겨우 했는데 ‘이런저런 조건으로 안 된다’는 이유만 확인받고 돌아왔다”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는 비정상 상황인데, 정상 잣대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기존 틀에만 계속 머문다면, 위험 상황에 놓인 기업들의 회생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일하는세상은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에서 10일까지 브릿지펀딩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제도권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면서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문을 두드린다면, 반드시 열리는 곳이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컴퍼니, 코로나19 영향 사회적경제 기업 펀딩 늘어나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는 코로나19 이후 프로젝트 개설 수와 펀딩 금액이 오히려 늘어났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펀딩 비수기인 전년 1~3월과 비교해 프로젝트 수가 100%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한송이 부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예정된 사업들이 올해 상반기로 미뤄지고, 코로나19 관련 펀딩 금액이 점차 늘어나면서 프로젝트 수와 금액 모두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의료진과 소상공인, 시민 등을 비롯해 대다수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어려움 겪자 오마이컴퍼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펀딩에 나섰다. 지난 10일 시작한 ‘힘내라 대구경북! 의리의리한 펀딩’이 대표적인데, 사회적경제 기업이 코로나19 현장에 물품?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경북경제진흥원이 플랫폼 이용 및 PG결제 수수료를 지원했으며, 31일 현재 17개 프로젝트에서 1300만원 넘는 금액을 모았다. 

한 부대표는 “펀딩에 참여하는 사회적경제 기업 대다수가 단순히 매출 증대만 바라는 게 아니라, 1+1 기부를 한다거나 건당 얼마를 나눔 하는 등 희생을 감수하고 펀딩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착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기업과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수수료 지원 혜택은 진흥원 지원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 대표는 “만약 정부나 여타 기관에서 수수료를 더 지원해준다면, 향후 더 길게 사업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마이컴퍼니는 지난 26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 코로나 대응본부’와 함께 ‘사회적경제 코로나 위기극복 프로젝트 No 고용조정, Yes 함께살림’ 펀딩도 시작했다. 오는 17일까지 10억원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며, 모금액의 80%는 고용연대기금으로, 나머지 20%는 사회적기업물품 구매, 활동보고서 제작, 홍보 등 고용유지 캠페인 관련 제반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