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온 편지] 17. 코로나19 시대, 마을 공동체의 의미–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연대하기!
[로컬에서 온 편지] 17. 코로나19 시대, 마을 공동체의 의미–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연대하기!
  • 전북(완주)=김주영 공공문화커뮤니티 씨앗 대표
  • 승인 2020.05.18 0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서울을 떠나 완주로 이주한지 이제 6년이 조금 넘었다. 삼례읍에서 3년 그리고 고산면에서 3년을 보냈는데, 올해는 번아웃과 코로나19를 핑계로 자의반 타의반 안식년처럼 보내고 있다. 물론 온라인/비대면 소통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는 미디어센터 업무도 있고, 새로운 복합공유공간 ‘다움타운’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도 있고, 이행기 청년들과 함께 하는 지역기반 진로탐색 프로젝트도 진행되지만, 지난 6년에 비해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수도 없고, 고립과 격리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경제나 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변화와 재구성이 진행될까? 그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일까? 로컬푸드로 대표되는 지역순환경제, 커뮤니티비즈니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코로나19 이후의 삶, ‘포스트 코로나’는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소통과 관계의 방식이 변할 것이고, 이동과 교류의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계속 될 것이고, 국가 간의 이동은 감소하는 대신 지역 내의 순환은 증가할 것이다.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욕구와 참여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2. 최근 며칠 사이에 새로운 위험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한숨 돌리던 찰나였다. 오랜 숨죽임 끝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막 전환된 시점이었다. 언제 어디서 다시 확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다시 평온을 찾아가고 있었다. 소중하고 평범했던 예전의 일상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살아난다.

그렇지만 아무리 무서운 전염병도 계절의 변화까지 막을 수 없다. 얼어붙었던 우리들 마음도 봄바람과 푸르름에 조금은 녹아내린다. 해는 조금씩 길어지고 농부는 모내기를 시작한다. 동네 장터도 눈에 띄게 활기가 넘치고, 미뤄뒀던 만남으로 여기저기 분주하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3.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주군에서는 자체적으로 모든 군민에게 1인당 5만원(조만간 10만원씩 추가로 지급될 예정이다.)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완주 관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도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마을 카페에는 귀농귀촌을 한 청년들 여럿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일을 하며 사람을 사귀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고 마을을 알아가며 주민이 되어가는 곳이다. 시장 한 켠에 있는 그 카페도 다른 소상공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카페 사장님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몇 천 만원의 대출을 받는 선택을 했다.

고산 지역 마을교육공동체인 ‘고산향 교육공동체’에서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고민하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반찬꾸러미 배달을 추진했다. 여러 협동조합의 후원을 받아 시니어클럽의 어르신들이 직접 요리한 반찬을 학부모들이 집집마다 배달했다.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아이들과 매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신뢰와 협업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완주미디어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상황에 맞춘 긴급대응사업을 기획, 진행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초기에는 사업을 중단하고 기관을 폐쇄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물렀지만, 대면 접촉과 지역간 이동이 제한된 지역사회에서 미디어와 커뮤니티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새로운 사업으로 전면 개편했다.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가족들을 위한 온라인 장기자랑과 상영관 대관,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방법 안내, 협동조합을 위한 화상회의 영상교재 제작 등 시의적절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4. 마을 주민 300여명이 모인 단톡방을 통해서 전해지는 정보, 나눔, 소통을 보면서 커뮤니티와 미디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적절한 연결망만 구축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많은 것을 지역 내에서 마련할 수 있다. 만남과 이동이 위험한 시절이지만 적어도 이 지역 안에서 우리는 두려움이 크지 않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어떻게 거리를 둘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연결할 것인가가 아닐까. 우리가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서로가 독립적인 동시에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할 때가 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 것인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우리가 이 위기를 통해 무엇을 깨닫고 실천할 것인지에 달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