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6일, 서울을 떠나 목포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3년, 서울 밖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장공장>과 쉬어도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사회를 만드는 <괜찮아마을>을 지방 소도시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성공'을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공공, 기업, 투자자, 개인 그 누구도 처음부터 이곳에서 하는 일을 '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본도 없고 어떤 지역 기반도 없었기 때문에 그 편견들을 묵묵히 아직까지 받아내고 있다. 사람들이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준비해두는 것 같은 기분을 거의 매일 삼키면서.

나는 지방 소도시에 처음 내려올 때부터 돈을 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자유롭기만 하거나 쉼을 위해서 이곳에서 일을 하고 모험을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전라남도 목포 바닷가 마을에서 일을 하기로 한 것이나 지금 하는 일에 어떤 후회도 없다. 크고 작은 난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버텼다.

지방 소도시에서 3년을 버티면서 얻은 크고 작은 배움이 있다.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어떤 방법으로 동료를 모으고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옮기고 싶다.

'인재'를 바라보는 방법 자체를 새롭게 설정해야 했다

작은 스타트업에게 인재는 거의 전부와 다름없다. 목포에서 일을 하면서 3년 간 5번에 걸친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건 서울에서 채용을 할 때는 몰랐지만 이곳 지방 소도시에서 하는 채용은 보다 깊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스타트업이 채용을 하는데 근로자가 살 집까지 고려하진 않는다. 이곳에서는 살 집은 기본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채용 후 어떤 집에서 어떻게 지낼지, 어떻게 이사를 오고 가족들에게 지역 환경을 소개해줄 필요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재가 들고 나는 것이 쉽지 않은 여건을 감안할 때, 한 번 채용하면 거의 고용 조정은 하기 어렵다고 전제를 했다. 따라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공고 한 줄보다 함께 일을 할 보다 매력적인 제안을 만들자

지방 소도시가 서울보다 인재 찾기가 더 쉽지 않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라남도 목포에 있는 기업에 취직한다는 생각보다 <공장공장>과 일을 하고 싶어서 전라남도 목포에 오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따라서 공고 하나가 곧 제안서라는 생각으로 약 A4 용지 10매 분량으로 때마다 준비했다. 매력적인 제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거의 보름을 공고 준비를 위해 시간을 썼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각각 설명회를 진행했다. 조건만 나열된 공고 몇 줄이 아니라 매력적인 제안을 만들어야 더 좋은 인재를 만날 수 있다.

공장공장 공개 채용 포스터./사진=공장공장

2. 업무적인 역량보다 사람이 가진 결을 더 우선하자

보통 채용을 한다는 것은 업무적인 역량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적인 역량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서로 결이 잘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결이 잘 맞지 않을 때 생각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사람이 가진 결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 도구를 썼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글쓰기를 요청하고, 마인드맵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해보길 부탁했다. <공장공장>과 <괜찮아마을> 모두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초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글과 그림을 통해 보는 이 방법은 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기술이 가진 편리함을 적극 활용하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체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다. <공장공장>은 2명으로 시작했던 처음부터 비대면 업무에 대비해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종이 문서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과 거리에 대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적인 대화는 슬랙(Slack)을 사용하며,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관리는 비캔버스(Beecanvas)를 통해서 업무 과정과 결과물을 시각화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회의하고 기록한다. 회의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파일을 첨부하고 그림을 그리고 대화를 진행하면서 되도록 소외되는 참가자가 없도록 회의를 진행한다. 문서 제작/파일 관리/이메일/캘린더 등은 구글 지슈트(G Suite)를 활용한다. 구글 드라이브는 팀드라이브 및 무제한 용량 기능을 활용해 각 사업별로 체계적인 파일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영수증 관리와 회계는 자비스(Jobis), 전자결재는 닥스웨이브(Docswave), 근태 관리는 시프티(Shiftee), 명함 관리는 리멤버(Remember), 외부 문의 및 채팅 커뮤니케이션은 채널톡(Channel Talk) 등을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이 문서 만들길 바라지 않고 관리 효율도 찾기 위해 모두싸인(Modusign)을 통해 근로계약부터 용역계약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전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업무 및 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지방 소도시는 사람이 적다. 덜 막히고 덜 붐빈다. 바다를 보고 산을 가깝게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이 환경에 걸맞는 건 보통 일상을 더 아끼고 함께 더 특별하게 여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장공장>은 한 주에 몇 번씩 서로 돌아가면서 '일기장'을 나눠서 쓰고 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약 400건 가까운 기록을 생산했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영상으로 누군가는 슬픈 이야기를 누군가는 기쁜 이야기를 쓴다. 때때로 일상이 지치고 막막할 때 일기장을 보면서 기운을 얻는 날도 있다. '배우는 날'을 만들어서 서울 어반플레이와 로컬스티치, 군산 로컬라이즈, 광주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을 다니면서 배우기도 한다. 배워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서로 성장하길 멈추지 말자는 의미이다.

공장공장 다이어리./사진=공장공장

한편 이곳 전라남도 목포에 오면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했던 작업은 체계적인 조직문화, 업무 및 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었다. 현재 약 300쪽 가량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에는 어느 정도 경계를 두고 비슷한 지향점을 가져가도록 하고 싶었다. 현재 대화하는 방법에서 '업무적인 호칭은 ‘-씨’로 통일합니다. 업무에는 위, 아래가 없습니다'에서부터 출근과 퇴근하는 방법에서 '퇴근은 말없이 합니다. 퇴근 안 하냐고 묻는 일은 있어도, 왜 퇴근하냐고 묻는 일은 없습니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분류로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했고, 회의하는 법, 이메일 쓰는 법, 자주 사용하는 문장 등도 정리를 별도로 했다.

지방 소도시에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획득하고 함께 나눌 것인지까지 세부적으로 미리 정리했다. 실패하는 조직은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비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공장공장 업무 가이드라인./사진=공장공장

지방에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없다

지방에서 실패하지 않는 법? 사실 잘 모른다. 잘 몰라서 그사이 겪은 크고 작은 시행과 착오를 습관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운이 좋은 것인지 조금은 인정을 받은 것인지, 요즘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일감을 거의 6개월 이상 확보했다. 근 2년 간, 약 30억 원을 투자해서 겨우 1단계 절반을 구축해놓은 <괜찮아마을>이 수익 활동을 곧 시작하기에 버티는 시기도 끝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실패가 오늘일지 내일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방에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없지만, 어쩌면 지방이니까 서울보다 더 힙하고 핫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비싸서, 붐벼서, 아파서 못 할 일을 이곳에서는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지방이, 지방 소도시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거나 기회가 없다는 시선으로 읽히기보다, 대안이면서 기회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런 취지로 <공장공장>과 <괜찮아마을>은 지방 소도시에서 얻은 경험과 생산한 자료를 꾸준하게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지방과 청년이 가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장공장, 괜찮아마을, 히치하이킹 페스티벌, 매거진 섬 등 관련 기획 자료 약 1,000쪽 이상을 공유했고 누적 1만 명 이상이 무료로 공유를 받았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몰라도, 3년을 버틴 어느 작은 지방 스타트업이 전하는 좌충우돌 경험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닿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결국 지방에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어쩌면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전제 속에서, 더 이상 어디에 있는지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고 스스로 믿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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