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해였다.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꿈꿨다. 지난 연재 때만 해도 그랬다. 한 달간 정비 기간을 가진 후 2월에 첫 전시회인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소집도 새로운 시작이었고, 전시회를 준비한 선미화 작가도 새 책 출간과 더불어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함께 재미난 북콘서트도 준비했다. 하지만 때아닌 코로나19 비상시국이 되면서 의욕 충만했던 마음은 일순간 공포감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다.
예정된 행사를 일제히 취소했다. 열리고 있던 전시회도 잠정 휴관을 해야 했다. 취재도, 강의도 줄줄이 취소되었다. 올해부터 소집에서 본격적으로 하려 한 글쓰기 클래스와 여행 프로그램도 계속 연기하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으며 취소 소식을 전해야 했다. 혼자 아프고 끝날 일이면 그리 무서울 것도 없다. 나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보는 건 생각만으로도 엄청난 공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등장했고 그 말을 철칙으로 지키며 2주의 시간을 버텼다. 캠페인은 2주 더 연장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연장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공포가 밀려왔다. 통장 잔고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치에 다다랐다.
프리랜서 작가. 문화공간 운영. 내가 하는 일들이 불안정한 일이라는 걸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이럴 땐 여지없이 무너졌다. 속수무책이라는 것에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디를 가야 활력을 얻고, 또 그것이 수입의 동력이 되는 나에게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고 어디를 가지 못하는 상황은 벌이었다. 우울감. 무기력. 외로움. 점점 부정적인 감정만 커졌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국민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의료진분들의 노고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었다. 뭐라도 하자.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시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그림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한 편씩 제작하면서 무기력함을 달랬다. 하지만 생계 걱정까지 달래주진 않았다. 뭐라도 찾아보자. 긴급생활안정지원금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던 때였다. 지역별로 지급 조건과 지급 금액이 달랐다. 시청 홈페이지 공고에서 3월 30일부터 긴급생활안정지원금 신청을 받는 소식을 접했다. 제출서류들을 부랴부랴 준비했다. 지원기준은 가구당 한 사람만 신청할 수 있었다. 소상공인 또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세대 중 선택을 해야 했다. 내 기준으로 공통 서류를 제외하고 제출서류가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택했다. 소상공인 확인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출하는 소상공인 쪽을 택했다. 기존에 소상공인 확인서를 발급받아놓은 상황이어서 출력만 하면 되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급일을 기다리던 중 특수형태근로종사자 · 프리랜서 지원에 대한 공고를 접하게 되었다. 지원신청서를 쓰는 칸부터 머리가 아팠다. 노무 미제공 기간 (현재 소득액 / 정상 소득액), 노무 미제공일 수 (감소율), 신청금액, 노무 미제공 사실확인서, 수익감소 사실확인서, 계약서 또는 확인서, 소득감소 증빙자료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소상공인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 증빙 서류들을 발급받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을 터. 프리랜서 작가인 친구는 그냥 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일은 가뜩이나 힘든 마음을 더욱 버겁게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주저앉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먼저다. 부디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을 더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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