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로 떠난 한국 유학생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유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현지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독일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강규리 씨(동국대 재학)로부터 한 편의 편지를 전달 받았다.

많은 사람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개강이 한 달 미뤄지고 확진자가 몇천 명쯤 되었을 때는 귀국을 고민했습니다. 며칠 밤을 고민하다, 지금까지 들인 노력, 시간, 돈이 아까워 이곳에 남기로 했습니다. 다 괜찮아질 거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지만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보며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캐나다, 미국,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만난 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이제 막 정을 나누기 시작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은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들은 상황이 나아지면 독일로 돌아오겠다고, 분명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 주에 만난 사람들 모두 “It’ll be fine(괜찮을꺼야)”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너무 막연해서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독일 현지 공원./사진=강규리

날씨가 변덕스럽고 나쁘기로 유명한 독일은 요즘 날씨가 지나치게 좋습니다. 헤드폰을 쓰고 공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그럴 때면 막연히 두려운 코로나19보다는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사람에게 마음을 써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헤드폰을 벗는 순간 영화는 끝납니다. 내가 있는 이곳은 영화 속이 아니라 독일입니다.

어제는 조깅을 하러 나갔습니다. 인적 드문 초록 벌판을 가로질러 뛰다 저 앞에 서 있는 8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를 발견합니다. 산책길의 폭이 그리 넓지 않으니 그들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뛰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가까워질 즈음 아버지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일러주고, 아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산책길 바깥쪽으로 등을 돌립니다. 저 아이가 두려워한 것은 나일까요 바이러스일까요?  

독일 현지 마켓에 2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는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사진=강규리

오늘은 마스크를 쓰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이 마트는 요즘 주기적으로 소독제를 뿌려 계산대를 소독합니다. 제가 계산을 끝마칠 때쯤, 직원이 계산대에 알코올을 잔뜩 분무합니다. 저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인종차별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기보다는 눈치를 보게 됩니다.

독일은 현재 통행 제한령이 내려졌습니다.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제외하고는 공공장소에서 2명을 초과하는 모임을 할 수 없고, 실외에서와 실내에서 모두 사람 간 2미터의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슈퍼마켓, 약국, 생필품 가게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시설도 문을 닫았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비자 신청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러 찾아온 나라에서 방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이 슬프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형체도 없는 그것에게 화내봤자 결국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삼킵니다. 코로나19가 사람이라면 시원하게 욕이라도 한 번 뱉고, 꿀밤이라도 한 대 먹일 텐데 말이에요.

언제가 되었든,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19는 사라지겠죠. 물건이 전부 동났던 마트의 매대도 차츰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사재기로 인해 마트 매대가 텅텅 비기도 했다./사진=강규리

방에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근에는 화상채팅으로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인 친구가 저에게 독일어를 알려주면, 저는 친구에게 한국어를 알려줍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정성스러운 요리를 만듭니다. 프라이팬에 두고 먹던 파스타를 그릇에 담고, 근사하게 플레이팅도 해봅니다. 바빠서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깊은 대화도 나누어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가 있을 거라고, 먼 미래에는 “나 때는 말이야,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 돌았어. 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라고 무용담을 펼치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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