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지역’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한국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변방 또는 마이너리티로 인식된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지원의 대상으로 여겨지나 아쉬울 때는 미래의 희망으로 호명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청년과 지역,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고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지역과 청년을 연결해서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게는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지역정책, 인구정책 그리고 청년정책이 서로 교차하고 혼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청년을 환대하고, 지역을 연결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내가 속한 협동조합의 지향이다. 그렇다면 청년을 ‘환대’하는 지역이란 어떤 의미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특히 농어촌지역과 지방소도시)가 인구 감소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주(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을 반기지 않는 지역은 드물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일부 지역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지방소멸’의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은 지역의 아주 귀한 ‘자원’이 된다. 

얼마 전 서울시의 지원으로 서울의 청년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창업에 도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완주를 선택한 20여명의 청년들은 농업, 식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완주의 콘텐츠와 연결하는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왜 이 청년들이 완주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몇몇 청년들에게 물어봤더니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완주의 이런저런 장점을 이야기했다. 완주를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 건가? 완주만의 특별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은 건가? 아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건가? 지역을 찾아오는 청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새삼 고민이 들었다.

최근에 완주군과 함께 청년정책아카데미를 진행했다. 20여명의 청년, 공무원, 중간지원조직활동가 등이 함께 모여 타 지자체의 청년정책 사례를 공부하고, 시민참여를 통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사실 2016년 완주에서 청년정책이 시작된 이래 지역에 필요한 청년정책이란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전남 목포, 경북 상주의 청년들을 만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과 계획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마을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청년들, 대도시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청년들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을 찾아가는 청년들은 누구인지,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역은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인구의 유입을 늘리고자 하는 지역은 모두 청년을 환대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가 청년들이 머무르기 좋은 지역일까?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런저런 청년정책들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모두가 청년을 환영하고, 청년을 응원하고, 청년이 미래라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년의 삶 그 자체일까 아니면 지역의 존망일까? 이 두 가지 고민은 서로 만날 수 있을까?

전남 목포(괜찮아마을)와 경북 상주(청년이그린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충남 금산(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들락날락), 경남 남해(팜프라) 등 청년들이 모이는 지역이 있다. 특별히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거나, 청년을 위한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지역이 아니다. 일자리와 주거의 안정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청년들을 지역에 머무르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커뮤니티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어쩌면 청년들은 몇 천 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주는 곳이 아니라, 청년들을 지지하는 안전한 커뮤니티가 있는 곳, 서로 협력하며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을 원하는 것일지 모른다.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과 지역의 발전을 유지하는 일은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다만 지역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청년을 동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구정책의 탈을 쓴 유사 청년정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청년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을 인구나 자원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지역과 청년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그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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