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이거나 몇몇 국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닌,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다달아서 세계가 잠시 멈춰서 있다. 10년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공동대표 두 명을 제외하고 함께 일을 하던 동료들 전원이 휴직을 했다. 과연 언제쯤 정상화가 될지 짐작할 수 없다. 9일 고용노동부는 휴업수당을 받고 휴직 중인 근로자가 8일 기준 43만 8233명이며, 지난달 11일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 20여 일만에 네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버티고 견디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언제까지 기약 없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출 거의 0, 긴급하게 받을 수 없는 도움

전라남도 목포에서 공간, 여행·교육, 기획·출판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을 통해 수익을 획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2월도 3월도 매출이 거의 0에 가깝다. 계획했던 일은 공개할 수 없었고, 의뢰를 받거나 계약을 하려던 일은 차례로 취소됐고 연기됐다.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사회를 목표로 하는 <괜찮아마을>을 본격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함께 공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언제 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혼자만 칭얼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함께 겪는 일이며,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강릉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 허울만 좋은 대표들을 만나면 인사처럼 "어떻게 버티고 계세요?" 묻거나 받는 게 습관이 됐다. 

자연스럽게 2월부터 줄을 설 일이 많았다. 신용보증재단 앞에 줄을 섰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기업은행에서도 이례적으로 긴 줄을 만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만남 없이 온라인으로 문서 제출을 요청했고 전화로 대출 거절 의사를 전해왔다. 서류는 가득 요청하면서 차례로 대출 거절 의결을 준다. 긴급경영안전자금이라고 했는데 받을 수 없는 이유가 더 많아서 그 단어가 가진 의미를 체감할 수 없었다. 온라인 담벼락 곳곳에서는 어차피 이 자금 아니어도 대출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금이면 그게 긴급경영자금이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평소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용역과 지원사업에도 차례로 지원했지만 이례적으로 많은 입찰자, 지원자가 있다고 알려왔다. 차례로 떨어지거나 언제 최종 선발이 될지 기약이 아직 없다.

코로나19를 버티려면 공공이 나서야

언론과 일부 연구자들은 코로나19를 잘 버티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비대면 그러니까 온라인 거래, 온라인 강의, 온라인 회의 등을 통해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연결은 더 가속화 되고, 지방은 그런 의미에서 더 좋은 조건을 만나게 될 수 있다나. 막연한 희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막연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재난기본소득처럼 조건 없이 기업들이 더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야 한다. 누구도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걸 부정하지 않으면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상상할 수 없거나 다소 과감한 방법이 혁신적인 방법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에 하던 방식과 같거나 놀랍지 않으면 그 방법은 이미 발표도 하기 전에 실패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5인 이하 기업은 5천만 원, 5인 초과 기업은 최대 1억 원 한도 내에서 최대한 조건 없이 신속하게 거절 없이 자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현 긴급경영안전자금처럼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접수하고 서류 다시 만들어서 내고 또 근 한 달 가까이 기다려도 결국 대출 거절 의사가 나오면 희망은 없다. 인쇄된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하고, 다시 은행 창구를 의존할 게 아니라 터치 몇 번이면 대출 심사까지 완료할 수 있는 금융 스타트업들과 적극 협력하는 건 어떨까. 정상화 여력도 부족한 시기, 대출 절차를 단순화 하고, 희망 고문 대신 폭넓은 위기 극복 여력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공공에서 계획했던 여행, 전시, 교육, 축제, 홍보 등 지역 기반, 중소기업 주도적인 다양한 사업들을 비슷한 다른 사업을 발굴하고 개발해서라도 2020년 사업 계획, 사업 일정대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이미 계획된 급식예산 일부를 활용해 농산물 꾸러미를 가정에 배송해주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가들이 이미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 해 겪는 어려움은 이미 준비된 사람들과 콘텐츠가 있지만 시장에 공급할 수 없는 어려움과 거의 같다. 

여행은 미리 여행을 만들어 선판매하고 코로나19 종식 후 일정을 공개할 수 있게 하거나, 대규모 축제 대신 소규모 지역 홍보 콘텐츠 제작이나, 전시 및 공연은 온라인을 통해 제작, 송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확보해서 계획된 정부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적극 움직여야 한다. 손을 놓고 지켜보면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관련 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공이 더 늦지 않게 앞장을 서야 한다. 지금은 전례 없는 재난이고, 이 시기에 산업, 지역 생태계가 무너지면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 여력은 없다.

텅 비어버린 사무실./사진=박명호 대표

고용 조정은 생각할 수 없어

서울보다 더욱 더 사람이 귀한 지방 소도시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고용 조정을 선택지에 올리는 일은 마지막에서도 마지막까지 피하려고 하고 있다. 휴직 제안을 하고 며칠 뒤 텅 빈 사무실에 앉아 한참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동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일을 만들고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제안도 많고 기회도 많지만 거의 대부분 당장 실행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택배를 포장하고 발송하는 일이나, 기타 사람은 없지만 기본은 유지해야 하는 외부 응대, 홍보, 운영 업무를 하면서 밤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쌓고 준비한 끝에 하나씩 반응이 오고 이익도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정을 하고 감내해야 할지 아직 상상할 수 없다. 잔고가 줄어가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보면서 지치지 않고 시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한 동료들과 수많은 긍정적인 신호를 믿고 고용 조정 대신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거의 매일 새벽 4시, 5시가 꼴깍꼴깍 넘어갈 때까지.

새로운 세계를 기다리며

지방에서 언제 사라져도 모를 스타트업은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서 이 시기를 지나려고 한다. 과연 코로나19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세계'가 있을까? 

버티고 버티다가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는 그 순간 무너지는 개인과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새로운 세계'가 오지 않거나 계속 버티기만 하느라 지쳐버렸기 때문. 개인들은 개인들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코로나19를 지나기 위해 많은 체력을 쓰면서 버텼고 그들의 마음 건강은 더 없이 나빠졌을 테다. 봄이 오는지도 모르고, 벚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르고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을 그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계'에는 코로나19 종식까지 함께 한 서로를 위한 응원과 격려도 포함돼야 한다.

코로나19 뒤 로컬, 지역 기반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한다. 나는 지방에서 언제 사라져도 모를 스타트업이 아니라 이례적인 사례를 만들고 전국 곳곳과 세계로 나아갈 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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