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각)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각)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5일과 19일 '뉴스토마토'를 통해 알려진 김건희 여사 4.10 공천개입 의혹이 지난 23일 '서울의소리' 유튜브를 통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의 통화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던 중, 2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김건희 여사가 핵심인물과 수십 차례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뒷받침 할 증거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는 전생에 양파였나"라며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양파 껍질처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 말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레임덕 현상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 "김건희 공천 루트가 이철규" 공천개입 가능성 녹취록 터졌다

사진=서울의소리 유튜브 갈무리
사진=서울의소리 유튜브 갈무리

지난 23일 서울의소리는 자사 유튜브를 통해 22대 총선에 출마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김대남 대통령실 전 선임행정관이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은 "이철규가 용산 여사를 대변해서 공관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아주 그냥 여사한테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XX을 떨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원모 전 비서관과 경기 용인갑 공천을 경쟁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이어 "이원모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근데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이 저 야단 난리 치고 있잖아"라며 "왜냐면 이원모 (공천)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을 많이 하고 있긴 하네요"라고 말하자 김 전 행정관은 "하고 있지. 그 루트가 이철규야"라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SNS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철규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밤 서울의소리에서 보도한 A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발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근거와 사실 확인도 없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 유포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이러한 허위사실 발언 및 유포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겨레'와의 통화에선 "(당시 강남 공천을 원하던) 이원모 비서관을 강남에서 빼내 용인에 가서 희생해달라고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선 "여사가 이원모를 공천 주려고 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실에 맞지 않는다"며 "용산은 기본적으로 이원모가 출마를 안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출마 다 하면 누가 일하나"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대남 전 행정관에 대해선 "미친 X이다. 망상에 사로잡혔다"며 "이명수(기자)하고 둘이서 범죄를 작당질해서 막 뒤집어 씌우면 자기한테 올 거라는 거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본지>도 이철규 의원에게 현 사태에 대한 해명 및 반론을 직접 듣고싶어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대남 전 행정관도 법률 대리인을 통해 "금일 오후 김대남 전 행정관은 법률대리인 유정화 변호사를 통해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며 "김 전 행정관은 당시 경선 후보 중 1인에 불과해, 서울의소리 측이 주장하는 공천 관련 사실들을 알지도 못했고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론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수가 고향 후배라서 공천에 떨어진 뒤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넋두리 삼아 했는데, 자기네들이 코너에 몰리니까 나와 이명수 간 대화 녹취를 이용해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도이치' 수사 시작하자 이종호와 40차례 연락 정황 확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같은 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VIP'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2020년 9∼10월경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 시기는 이종호 대표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직후인 때로 알려진다.

검찰의 고발인 조사 예고 보도가 나간 직후인 2020년 9월 23일, 김 여사 휴대전화에서 처음 연락이 간 것을 시작으로 1주일 동안 36차례 통화와 문자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연락은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날 전인 10월 5일과 6일에 세 차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도이치 사건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다음 날인 10월 20일 한 차례 총 40차례에 달했다. 다만 '통화 시도'까지 포함된 내역이라 실제로 통화가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전 대표는 'MBC'와 'YTN'에 "통화 당사자는 코바나콘텐츠 직원이었다"며 "2020년 9월 도이치모터스 사건 고발 직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김건희 대표 측 전화니까 받아보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최재영 목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재영 목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 금품을 제공한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오늘 열렸다.

최 목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명예훼손까지 모두 4가지다.

다만 최 목사 측은 수심위 시작 전인 낮 1시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이번 수심위에 직접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론은 오늘 저녁쯤엔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 민주당 "전생에 양파였나, 김건희 게이트의 끝은 어디냐"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24./사진=뉴시스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24./사진=뉴시스

이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는 전생에 양파였나"라며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양파 껍질처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주가 조작 공범인 이종호 블랙펄 대표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20년 9~10월 사이 40여 차례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싼 폭로도 계속되고 있다"며 "김건희 게이트의 끝은 어디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무법 행위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해결책은 명약관화하다. 김건희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면 된다"며 "특검을 자초한 건 검찰과 대통령 그리고 김 여사 본인이다. 윤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하고 또다시 거부권이라는 칼을 휘두른다면 자신도 베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용민 원내 수석부대표 또한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양과 질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부대표는 "용인갑 김모 행정관 출마가 무산됐고, 그 이후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됐다. 이는 전형적인 후보자 매수죄 행위 유형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이 이 정도면 경찰은 지금 당장 김건희 여사와 그 의혹 중심에 있던 이철규 의원에 대해서 휴대전화부터 압수해야 한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경찰은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 및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규탄 피켓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 및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규탄 피켓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야당은 지난 19일 김건희·채상특검법·지역화폐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23일 "반헙법적이고 위법적인 법안"이라며 "이런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의무이자 책무"라며 또다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론은 물론 여당에서도 '김건희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특검법 관련 본회의에서 여당은 애초 검토했던 필리버스터 대신 본회의 보이콧을 선택하기도 했다. 

김 여사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직접 나서 김 여사 의혹을 공개 해명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민감한 상황 속에서 거부권 행사는 김 여사의 의혹들에 더욱 깊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줄줄이 터져나오는 김 여사 리스크의 진실과 정황들이 앞으로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는 사안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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