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직원만 11명인데, 10명이 넘으면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지원을 받고 싶은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우선순위에 밀려났어요.” -김희수 커피지아 대표

“비영리법인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어요. 인건비, 임대료 등은 똑같이 수익을 내서 충당해야 하는데, 비영리는 사각지대에 있구나 실감했죠.”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기업인데, 최근 일거리가 거의 끊겼어요. 사업을 할 수 없으니 손발이 싹둑 잘린 것 같은 처참한 상황입니다.” -오금란 파란동그라미 협동조합 대표

21일 오전 10시 열린 ‘서울 사회적경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온라인 간담회’에서 나온 사회적경제 조직 대표들의 토로다. 이번 간담회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서울사경센터)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구체적 피해 상황을 청취하고, 고강도 지원 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마련했다. 

온라인 간담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약 2시간 진행됐다. 앞서 센터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조직 피해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을 비롯해 관련 지원기관, 협의체 등 관계자 90여 명이 동시 접속했다.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라는 절실함을 담은 부제 아래,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별 피해 상황과 실질적 대책, 사회적경제 조직 자체적인 노력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 3월부터 매출 ‘0’ 현실화…서비스?일자리 기반 사업 타격

21일 오전 10시 열린 ‘서울 사회적경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온라인 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먼저 피해 현황을 공유하는 ‘세션1’에서는 사회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기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처한 어려움이 드러났다. 특히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돌봄, 문화?예술, 여행?관광, 식품?제조 등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화균 미래경제교육연구소 대표는 “학교를 찾아가 사회적경제 등 교육을 하는데, 개학이 미뤄지면서 1학기 일정이 전부 없어지게 생겼다”면서 “3월부터는 매출이 0이 돼서 직원 2명은 유급휴가를 보낸 뒤, 정부에 지원책을 신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용훈 해피쿱투어협동조합 대표는 “여행업종 피해가 매우 심각한데 특히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아예 없기 때문에 매출이 0이다”라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유럽?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는 증가 추세라 올해는 매출이 없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 융자 위주 금융지원 대책…인건비?세금 혜택 더 절실해요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회적경제 조직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상태를 주변에 있는 물건을 활용해 '초록-노랑-빨강' 색깔로 표시했다. 어려움을 나타내는 '빨강' 상태가 가장 많았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세션2’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겪는 현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 서울시 등에서는 장기저리 융자 등 금융지원 중심의 지원정책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지원 정책 조건에 맞지 않는다거나 시기나 규모 등이 적절하지 않아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송윤일 아트임팩트 대표는 “면세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에서 사회적경제 제품을 유통하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며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당장 문을 닫을 수 없다. 지원책 대다수가 저리 대출인데, 결국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다. 휴업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무엇보다 인건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수정 지혜의밭 대표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는데, 모이지를 못하니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라며 “융자 위주의 정책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결국 빚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융자가 아닌 지원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는 “정부에서 가장 빠르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며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법인세,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등을 유예가 아닌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 연대와 협력, 사회적경제 특성 앞세워 위기 극복합시다

이날 회의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자고 다짐했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세션3’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 자체적 경험과 노력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연대와 협력이라는 사회적경제 고유의 특성을 살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은경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사무국장은 “사회적경제 분야 국제기구인 GSEF 회의가 올해 10월 멕시코에서 예정됐는데 모든 대륙에서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하며 “최근 캐나다 퀘벡 사회적경제 관계자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현재 위기를 극복할 첫 번째 정책으로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키우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도 이번 기회에 실업, 불평등 같은 시스템의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전 서울사경센터장)은 “지금 정부나 서울시가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재정을 풀어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이럴 때 오히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연대하고 서로를 도와 의료?식생활?돌봄 등 여러 영역에 대대적으로 나서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오마이컴퍼니, 비플러스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연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나섰다.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사회적경제 코로나 위기극복 프로젝트 No 고용조정, Yes 함께살림’ 펀딩을 진행 중”이라며 “위기 상황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다운 모습을 우리 사회에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주연 서울사경센터장은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인데, 향후 비슷한 재난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면서 “위기 상황 속에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해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정리해 서울시에 전달하고, 하루빨리 구체적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마포사경네트워크 주최, ‘코로나19와 사회적경제 연속대담’도 열려

이날 오후 2시에는 마포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주최,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주관한 ‘코로나19와 사회적경제 연속대담’이 페이스북 페이지 ‘마포하루’에서 라이브로 진행됐다. 교육 및 상담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대담은 가정경제 컨설팅 및 교육상담을 진행하는 ‘괜찮아요협동조합’의 한선경 대표와 청년 심리지원 서비스와 정신건강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폭신폭신협동조합’의 강대철 대표가 나왔다.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기업은 모두 2월부터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안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고 있지만, 실제 현장상황에 들어맞는 지원책은 없다”고 말했고, 강 대표는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경영 위기가 찾아오면서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선별적으로 추가지원을 해야할 부분도 있다”고 전제한 뒤 “공공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에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금융지원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대출지원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액을 결정되고 있다”며 “재난적 상황에서조차 사적 시스템인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대출이 이루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모든 곳에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코로나19 대책 관련 <이로운넷> 기획 기사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①상반기 매출 ‘반의 반토막’…벼랑 끝에 선 기업들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②"여름여행도 취소…미래 대비 겨를없어”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③"관람객 없어도, 임금조정은 안해요"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④'파산위기, 감염위험'…위기의 돌봄서비스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⑤"두달은 버텼는데 앞으로는..."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⑥"기존 교육사업 올스톱"…직원 감축한 곳도 있어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⑦공공입찰 미뤄지고 대출은 까다로워…‘온라인’ 눈돌리기

[코로나19 사회적경제 여파] ⑧위기극복? “공공구매 앞당기고 금융지원 신속하게”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