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석유파동, 2000년대 금융위기. 역사상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위기를 봉합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의 형태는 별로 바뀐 게 없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흔들어놓은 2020년 이후, 과연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 28일 열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온라인 명사특강’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협동조합들의 노력’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첫 번째 특강에는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이 강사로 나섰으며, 약 120명의 시청자가 참석해 실시간 댓글 등으로 소통했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온라인 명사특강’에서 강민수 센터장이 ‘위기에 대응하는 협동조합들의 노력’을 주제로 강의했다./사진제공=온라인 강연 갈무리

먼저 강 센터장은 최근 미국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세계 GDP가 최대 3200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한 자료를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서 대공황?석유파동?금융위기 등에서 겪었듯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위기 속에 그동안 협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해왔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협동조합은 1884년 영국의 마을 ‘로치데일’에서 실직한 직조공 28명이 소액을 출자해 매장 한 곳을 연 데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혁명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는 방식으로 ‘연대와 협력’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몇 물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패한 몇 상인들이 중량을 속인 것과 달리,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질 좋은 상품을 정확하게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강 센터장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협동조합 운동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 10억명 넘는 조합원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협동조합이 위기에 강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로 증명된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111개 협동조합, 120개 자회사 등 총 255개 사업체로 구성된 복합체로, 스페인 내 기업 규모 8위, 채용 규모 3위인 대규모 기업이다. 자체 자금을 모아 복합체 내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경제위기가 와도 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는 등 ‘사회적경제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8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일하며, 사회적경제 방식으로도 성공적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모델로 손꼽힌다./사진제공=온라인 강연 갈무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외 협동조합에서는 저마다 대응에 나섰다. 전국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대구?경북 지역에 도시락과 방역용품 등을 보냈으며, 경기 침체로 고용조정을 걱정하는 기업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No 고용조정 Yes 함께살림’을 진행 중이다. 강 센터장은 “지난 27일까지 1억원 이상 기금을 모아 어려운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해고하지 않고 서로 연대해 위기의 강을 건너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스페인 ‘에로스키’ 협동조합에서 적십자와 함께 공공시설 격리된 노숙자 500명에게 옷을 후원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 택시협동조합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교통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기로 했고, ‘코나드’ 협동조합은 밀라노?로마?나폴리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300만 유로를 기부하는 등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까. 강 센터장은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동시에 경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경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사업 조직’이라는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출-비용=이윤’에서 벗어나 ‘매출-이윤=비용’이라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강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환경을 오염하는 방식 등을 택해왔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해 ‘비용’을 극대화하는 것 역시 기업 활동일 수 있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윤이 아닌 비용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방식의 기업 활동도 가능하다는 상상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며 “기존 방식만 그대로 고수한다면 비슷한 위기가 분명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오는 5월 8일 ‘온라인 명사특강’ 2번째 강의를 이어간다.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코로나19 이후 협동조합의 전망과 과제’로 이야기한다. 센터 특강 페이지에서 사전신청을 하면, 라이브 방송 주소를 안내받을 수 있다.  

오는 5월 8일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을 강사로 한 2번째 특강이 열린다./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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