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학교, 손님 없는 상점, 노동자 없는 공장, 관객 없는 극장, 관광객 없는 명소…. 몇 달 전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던 곳들이다. 지금은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분야 중 여행?관광, 문화?예술, 교육, 돌봄, 제조, 기타 등 6개 분야의 24개 기업을 접촉했다. 이들 사회적경제 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과 요구사항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과 보완 과제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A할머니는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매일 이동하던 노인이용시설 방문을 최대한 줄였다. 자녀들이 감염이 걱정된다며 시설 이용을 말렸다. A할머니는 주로 집에 머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A할머니 사례처럼 코로나19 이후 이용시설을 찾는 노인이 줄었다. 요양원 등 생활시설은 신규 입소자를 제한하고, 외부인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노인)돌봄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용자 3/4이 줄었고, 성동돌봄센터는 매출이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B기업도 매출이 20%나 줄었다.

위기상황에도 돌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다. 여행·문화·교육·제조 분야 처럼 매출이 '0'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돌봄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고, 업무환경도 안좋아졌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노인)이용시설 이용자 비율이 감소하면서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용시설 방문자 줄어도 인건비 지출…시급제 근로자와 충돌하기도

돌봄시설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데이케어센터 등 이용시설 사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시는 이용시설에 휴관을 권고했다. 휴관 중에도 가정보호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긴급돌봄을 진행한다. 이용자 수가 줄어도 인건비는 계속 지출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회사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아동발달센터 등과 같은 치료센터는 또 다른 상황이다. 민동세 도우누리 이사장은 “치료센터는 주로 장애아동들이 이용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방문이 눈에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제로 급여를 받는 치료사들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 민 이사장은 “시급제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이 없어 치료사들은 이용자가 줄면 급여도 준다. 휴관(휴업) 등을 하면 시간제 근로자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은 휴관을 하고 싶어도, 일부 이용자들이 ‘휴관을 하면 다른 이용시설로 옮기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문서비스 제공 요양사 “마스크 지원 없어 개인 구매 마스크 사용”

주로 대면접촉방식으로 이뤄지는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던 무렵에는 정부·지자체에서도 마스크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기관 차원에서도 구할 수 없어 서비스 제공자가 개별적으로 구매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문했다. B기업은 “공단, 지자체에 방문요양기관에 마스크를 우선공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개별적으로 구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모든 직원이 개별적으로 공적마스크를 구매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성동돌봄센터도 마스크 수급문제를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로 꼽았다. 홍완식 성동돌봄센터장은 “노인돌봄 사업장은 국고지원으로 마스크 한두장 정도를 지원받긴 했지만,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분야에는 마스크 지원이 없었다”면서 “서비스 대상자가 혼자 거주하며, 스스로 활동이 어려운 분들이다 보니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서비스 제공자는 제공자대로 불편해 한다. 그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봄 서비스 제공방식을 직접제공에서 간접제공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로 중증 노인에게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먼케어는 간접제공으로 서비스 제공방식이 변경되면서, 전화를 통해서 안부를 주로 확인한다. 송유정 휴먼케어 이사장은 "간접서비스는 ‘잘 계시냐’ 한마디로 통화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집에 있는 노인들의 정서적 돌봄과 상태 파악을 위해 질문을 구체화 해서 최소 10분 이상 통화하도록 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생활시설 외부교류 차단…“일하기 힘든 상황 발생”

특히 집단감염 위험성에 노출된 노인생활시설은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된다. 직원들의 업무환경은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이 됐다. (조)부모를 생활시설에 맡긴 자녀들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종사자 윤리를 강요하거나, 기관전화로 부모가 잘 있는지 안부를 확인한다. 1명이 5~10분정도 통화한다 해도, 여러명이 한꺼번에 전화하면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향후 자녀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말랐다’, ‘이전보다 상태가 안좋아졌다’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된다”며 코로나19 종료 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부교류가 차단되면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 민동세 이사장은 “주요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입소 어르신들은 먹고, 자고, TV보는 것 외에 할게 없으니 서비스 질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신규 입소자를 받는 것도 어렵다. 민 이사장은 “노인들은 면역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위험으로 신규 입소자를 받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면서 “이런 모든 흐름이 한달째 유지되고 있다. 기관에서는 운영상 경영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고, 일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본지가 취재한 노인돌봄을 제공하는 4개 기업은 특별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돌봄 기업 정부·지자체 지원 못 받아

본지가 취재한 돌봄분야 4개 기업 모두 정부 등에서 내놓은 코로나19 지원책 중 한 가지도 지원받은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우누리는 서울 자치구와 서울시에서 마스크를 지원받은(예정)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나머지 3개 기업은 그 조차 지원받지 못했고, B기업은 “방문요양사들을 위해 마스크를 지원해 달라고 민원을 넣어도 받을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회생 위한 자금 조달 방법 강구해야

사회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매출보존이다. 민동세 이사장은 “이용시설 사업장은 이용자는 줄어드는데, 고정비용은 계속 지출되기에 파산위기까지 놓일 수 있다. 외식업과 비슷하다”면서 “고용관계가 명확히 이뤄지는 곳은 이용자가 줄어든 것에 대해 매출 보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완식 센터장은 “이용자들이 우선이다 보니 취약계층에 대한 지침 등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가 위기상황에서 근무를 하지 못해도 수입의 70~80%정도 지급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안전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기업 관계자는 “감염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서비스 제공자가 방문해야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인들의 일상이 유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장치는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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