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학교, 손님 없는 상점, 노동자 없는 공장, 관객 없는 극장, 관광객 없는 명소…. 몇 달 전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던 곳들이다. 지금은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분야 중 여행?관광, 문화?예술, 교육, 돌봄, 제조, 기타 등 6개 분야의 24개 기업을 접촉했다. 이들 사회적경제 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과 요구사항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과 보완 과제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3월 31일,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ㆍ중ㆍ고 및 특수학교, 각종학교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사진제공=교육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교육 관련 사회적경제기업의 상처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지난달 3일부터 8일까지 전국 338개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3월 10일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기업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육분야 사회적기업의 97.7%가 경기악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 개학이 한 달 넘게 연기되고, 급기야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교육업계 많은 사업은 ‘올스톱’ 됐다. 진행됐어야 할 방과후학교는 물론이고, 마을학교, 아이돌봄 등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순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사업 일색인 교육계 사경기업 불황은 4월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계 기업들은 "사업중단 상태인데도 속수무책 나가고 있는 고정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모해교육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운영 중인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사진제공=모해교육협동조합

“기존 교육사업 올스톱은 물론, 다음 학기 준비할 시간도 없어" 

방과후학교와 마을학교를 운영 중인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이하 행희협)은 3월부터 매출이 ‘0’인 상황이다. 고태훈 행희협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기존에 진행하기로 했던 수업들도 올스톱된 상태”라며 “직원 급여 등 고정비만 계속 나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학기 준비할 시간도 없다. 그는 “12월에 있을 위탁공모까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과 아동·성인 대상 교육을 진행하는 ’모해교육협동조합‘(이하 모해교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과후학교와 도서관수업, 마을학교 등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체험학습 역시 중단됐기 때문. 모해교육 최정희 대표는 “2월부터 3월까지 매출이 전무하다”며 “학교와 맺었던 수업 계약들도 개학 이후에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여를 줄인 상태고 임대료 등 고정비용은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는 수 없이 직원감축을 감행한 기업도 있었다.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실용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하 실용교육)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90% 감소했다. 실용교육 박민균 대표는 “지역 긴급돌봄만 진행하고 있고 그 외에는 모두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긴급돌봄 서비스 이용 인원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답했다. 고정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실용교육은 결국 직원 1명을 정리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예술인 자녀를 대상으로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YMCA서울아가야'(이하 아가야) 역시 돌봄 이용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아가야 윤경아 대표는 “아가야는 운영을 위탁받아 하고 있어 큰 타격은 없다”면서도 “주변 교육·돌봄 사회적기업들이 정말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출 및 기금 신청은 부담스러워"... 피해회복 돕는 방안 마련해야

교육업계 사경기업들은 딱 들어맞는 지원책은 없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행희협은 중소기업 육성기금을 신청한 상태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 육성기금은 빌려주는 돈이라 현재 매출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경기업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해교육 최대표는 “협동조합 특성상 대표가 연대보증서야 하는 대출은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통해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메울 복안이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상근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며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탕감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용교육 박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재 나와있는 지원책 중에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제도는 없다”고 털어놨다.

행복한학교희망교육협동조합은 학교 개학일이 연기되면서 마을학교 개강일정도 변경했다./행복한학교희망교육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이들 기업은 개학연기로 인해 발생한 피해 회복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고 이사장은 “학생은 물론이고, 교육업계가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행희협은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마을학교' 운영계획 일부 조정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고 이사장은 “오프라인 개학이 미뤄지면서 상반기와 하반기 마을교육 기간이 길게는 두 달 정도 겹치게 됐다”면서도 “시간·장소·학습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도록 잘 설계해 상반기·하반기 마을교육이 모두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세금감면 및 대출금리 인하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실용교육 박 대표는 “기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희협 고 이사장 역시 “중소기업 육성기금이나 은행 대출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모해교육 최 대표는 “고정비를 탕감해주는 정책과 교육업계 부가세 감면이 도움될 것”이라면서도 “사회적경제기업은 재난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지 고민해야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가야 윤 대표는 “코로나19로 돌봄 및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님들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개별가정의 타격을 줄일 수 있는 지원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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