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학교, 손님 없는 상점, 노동자 없는 공장, 관객 없는 극장, 관광객 없는 명소…. 몇 달 전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던 곳들이다. 지금은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분야 중 여행?관광, 문화?예술, 교육, 돌봄, 제조, 기타 등 6개 분야의 24개 기업을 접촉했다. 이들 사회적경제 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과 요구사항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과 보완 과제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관광 업계 타격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는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해외에서는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해외여행 예약까지 모두 취소됐다. 대형 여행사도 코로나19에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국내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는 4월 전 직원 유급 휴직을 실시하며 본부장급 이상 임원은 임금 100%를 반납했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3월부터 전직원 대상 유급휴가 휴직을 시행 중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여행업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전년 동월 대비 결제액은 '하나투어' 85%, '호텔스닷컴'은 80%, '모두투어'는 77%, '아고다'는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 전반에 불황이 이어지고, 대형 여행사도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영세업체가 대다수인 사회적경제 기업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초기에는 파악되지 않았던 정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여행업계에서 '여름'은 성수기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 여름에는 예약이 전무한 상황이다./사진=유주성 기자

# 4개 사회적기업, 기존예약은 취소 신규 계약은 0건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 '세상에없는여행'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운영 어려움이 더 커졌다. 김정식 세상에없는여행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 400건 이상이던 예약이 현재는 0건”이라며 “2주 전까지만 해도 여행 성수기인 여름 유럽 여행은 일부 예약이 남아있었는데 이마저 취소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따른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인 '트래블러스맵'도 같은 상황으로 현재 매출은 제로에, 7월까지 예약은 0건이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3개월이면 상황이 회복된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해외는 6개월이 지나도 쉽지 않아보인다”며 “여름이 성수기는 이미 어렵고, 겨울에나 여행업계 경기가 회복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변 대표는 국내가 코로나19 진정세로 돌아섬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여행 상품을 주로 다루는 여행업계의 피해도 지속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무장애 여행 사업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두리함께'도 코로나19로 모든 예약이 취소된 후, 예약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현재 예약은 0건이다. 두리함께 이보교 이사는 “한 달에 약 2천만 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며 “여행업에 종사하는 지인 중에는 야간 택배 일을 다니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사회적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행업계 사회적기업 A 회사는 4월, 5월 예약이 들어오는 듯하더니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연장 발표에따라 6월까지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 

트래블러스 맵은 코로나19로 단축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사진=트래블러스 홈페이지 캡쳐

# "수입 없어도 직원은 지킨다...해고 0명"

여행사의 남은 예약은 0건이었지만, 해고된 인원도 0명이었다. 세상에없는여행은 현재까지 손해액만 약 5억 5000만 원에 달하지만 한 명의 해고나 급여 삭감 없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트래블러스 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전 직원에게 임금 80%를 지급하며 유급휴가에 들어갔다. 두리함께도 직원 해고 없이 유급휴가를 진행했다. 다만, 앞으로 인원 감축 혹은 임금 삭감 계획에는 모두가 “직원들을 해고하고 싶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내놨다.

여행업계는 3월 16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됐다. 또한 추가경정예산 반영이나 기업 특별신용대출 등 정부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행업계 숨통이 트일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장에서는 지원책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경영안정지원 자금을 비롯한 대출이 꽉 막혀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초저금리 혹은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대출 상담에만 3개월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A기업은 신용보증기관에 2월 말 대출 상담을 신청했고 5월 11일에나 상담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출 상담에 성공한다 해도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대출의 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지원받은 정책이 하나도 없다”며 “코로나특별대출을 받으려 해도 재무제표와 기존 대출 등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주변 60~70개 정도 여행사가 대출을 신청했는데 성공한 곳은 7~8개에 불과하다”는 말도 전했다. 정부가 저금리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신용 보증 자체가 어려운 영세한 사회적기업은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최근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규모를 확대 했다./사진=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캡쳐

# 일자리 지원사업, 고용유지지원금 수령 발목 잡아

사회적기업에 대한 역차별 목소리도 나왔다. 이 이사는 “사회적기업이 기존에 받아왔던 일자리지원사업 혜택을 받고 있으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일자리지원사업은 보통 설립 5년 이내 사회적기업이 받는 지원으로 인건비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일자리지원사업과 고용유지지원금 중복 수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이사는 코로나19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자 일자리지원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지원금액이 더 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했다. 이마저도 관계 부처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회사 설립 5년 이후 사회적기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오히려 규모가 영세하고 여력이 없는 초기 사회적기업은 같은 사회적기업 안에서 그리고 일반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 대출요건 완화 시급 "코로나19 이후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여행 업계 어려움을 묻자 술술 답변을 내놓았던 기업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필요한 지원책을 묻자 다들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각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금이 너무 힘들어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기업이 문을 닫기 직전인 상황에서 그들에게 미래를 그려볼 여유는 없었다. 계속되는 질문에 생각을 정리한 그들은 각각 다른 답변을 내놨다. 

김 대표는 나중은 생각할 겨를이 없고 일단은 대출요건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는 “정부는 코로나특별대출이라고 하면서 대출을 해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받기가 너무 힘들다”며 “이번 사태는 사업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니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변 대표는 소비촉진을 강조했다. 변 대표는 “사람들의 위축된 소비심리를 정부가 나서서 풀어주고 유인책을 써야 한다”며 과감한 정책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최근 재난소득 등의 논의와 집행이 활발한데 이도 충분히 고려되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이사는 현재 정부가 사업자를 배제한 채 근로자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를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휴업 등의 상태에서 근로자를 지원해 기업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실제 사업 진행하는데 도움이 크지 않다”며 “이보다는 정상근무 인건비 지원, 세제혜택,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하는 대출 완화 정책 등 사업자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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