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마침내 김건희 씨가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8월 6일 김건희 씨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출발해 오전 10시 11분, 김건희 특검팀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도착했다.
건물 2층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선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어진 취재진들의 "국민에게 더 할 말은 없나",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은 건가", "도이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있었나" 등의 질문에는 별다른 해명 없이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특검 사무실 내부로 사라졌다.
특별검사팀은 예정대로 별도의 '티타임' 없이 오전 10시 23분, 김 씨에 대한 첫 피의자 대면조사에 착수했다.

◆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모든 것을 누린 사회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김건희 씨가 특검 포토라인 앞에서 남긴 이 한마디는, 사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회피였고, 겸손처럼 들렸지만 결국 국민을 우롱한 표현이었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VIP0'로서 각종 권력의 그늘 아래 보호받고, 특혜의 정점에 섰던 인물이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 사회의 상식과 감각은 산산이 부서진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대통령 부인의 직함 없이도 외교 행사에 등장했고, 대통령 집무실을 사실상 함께 운영하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그가 서 있던 곳은 늘 권력의 중심이었고, 그의 이름 앞에는 숱한 특혜와 면죄부가 따라다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문 표절, 외유성 출장, 공천 개입과 같은 대통령 일정 관여 등 국민의 눈높이로는 설명되지 않는 권력의 방패막이 존재했다. 그런 그가 포토라인 앞에서 내뱉은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면피의 수사학'이자 '권력의 자기세탁'이다.
겸손과 책임은 다른 것이다. 국민은 김건희 씨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묻는 말에 답하고, 수사를 받으며, 법 앞에 서기를 원한다. 그러나 김 씨는 특검 소환에 응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변방으로 밀어내며, 기묘한 피해자 서사를 쌓았다. 그것은 단지 변명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 또한 책임 있는 자가 취해야 할 태도와는 거리가 먼 언사다. 심려는 국민이 겪은 법 감정의 모욕과 상처를 말랑하게 포장한 단어에 불과하다. 김건희 씨가 진정으로 죄송하다면, 자신이 권력의 사각에서 누린 혜택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대통령의 부인이란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착각은 이 나라의 정의와 공정을 한없이 가볍게 만든다. 검찰조차 피해간 특권, 언론의 유약함 속에 가려졌던 의혹의 본질은 이제 특검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대통령실 회의록에 등장하고, 외교 일정을 주도하며, 국정의 그림자 권력이었다면, 그 말은 단지 부끄러움이 아니라 모욕이 된다. 그 모욕은 국민의 몫이다.
김건희 씨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스스로 그렇게 말함으로써 지금껏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지워버리려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국민은 기억하고 있고, 진실은 기록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이지 '겸손의 흉내' 따위가 아니다.
김씨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총 16가지 혐의로 구성된 특검 수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식 출석했다.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국민 앞에 범죄 혐의자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다.
이날 광화문 건물 앞에는 두 개의 진영이 나뉘어 대치했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정치 보복"을 외쳤고, 파란 수건을 든 사람들은 "김건희 구속"을 외쳤다. 그 가운데 있는 김 씨는 지금 법 앞에서, 그리고 국민 앞에서 서 있다.
◆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피의자 김건희
김건희 씨를 향한 특검의 수사는 단순한 주가조작 의혹 하나가 아니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고가 명품 수수, 코바나컨텐츠 협찬, 공천 개입, 국가계약 관여, 건진법사 청탁, 통일교 연계 고가 선물 수수, 고가 장신구 재산신고 누락 등.. 이 모든 의혹이 형사적 혐의로 압축됐고, 그 정점에 김 씨가 있다는 것이 특검의 관점이다.
이미 핵심 관련자 다수는 조사됐고, 통화 녹취록과 영수증, 진술까지 확보된 상태다. 김 씨는 이제 단 한 명의 공범이 아니라, '구조적 범죄 피라미드의 정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특검은 '김건희-미래에셋 증권사 직원 간 통화 녹취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의 40%를 줘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거래 구조와 수익 배분을 인지한 공범의 그림자다. 더는 모른 척 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 네 번의 거부권, 다섯 번째의 진실…김건희 씨의 포토라인, 그 시작의 의미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1년 반 동안 네 번의 본회의 통과와 네 번의 거부권 행사 끝에, 다섯 번째 시도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만큼 이 진실은 정치적, 제도적으로 계속 가로막혀 왔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대통령 시절 행사한 세 번의 거부권, 권한대행의 한 번의 거부권. 그리고 그 모든 장애물을 뚫고 특검은 드디어 김 씨를 대면 조사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제 특검은 단순한 수사팀이 아니다. 법 위의 권력이 통하는 시대에 맞서, 법 그 자체의 존재 의미를 증명할 사명을 짊어진 기관이다.
김건희 씨의 이번 출석은 단지 한 사람의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정의와 법, 윤리와 상식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장면이다. 대통령 부인이 수사기관에 나와 고개를 숙인 그 순간, 특권은 무력했고, 시민은 주인이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검찰, 명품으로 가려진 불투명한 사적 관계, 공천과 인사의 사유화, 수십억 규모의 주가조작. 어느 하나만으로도 중대한 범죄다. 하지만 지금껏 김 씨는 그 모든 의혹에서 예외의 자리에 있었다. 그 예외가 깨어지는 첫날인 오늘을 기억해야 한다.
◆ 정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날 포토라인에서 김 씨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고개 숙임이 아니라 진실의 고백과 법적 책임의 수용이다. "더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한 그 순간, 그녀가 어떤 태도로 수사에 임할 것인지 우리는 예감할 수 있다.
특검은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 김건희 씨를 위한 예외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위한 우회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그 어떤 정치보다 앞서는 이유다.
김건희는 지금 피의자다. 대한민국 시민은 이제 진실을 요구한다. 오늘의 출석이 정의와 원칙을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 되길, 그리고 모든 권력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를 통해 다시 확인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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