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첫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특검 출범 이후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 집중하던 수사팀이 본격적으로 공천개입 정황에 칼날을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날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상민 전 검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인물들의 자택을 포함해 전국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중 윤 의원은 2022년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이번이 첫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 "김영선이 좀 해줘라" 녹취 파장...윤상현·김영선 압수수색

특검팀이 수사 중인 핵심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둔 2022년 5월 9일 명 씨와의 통화에서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는 발언을 한 정황이 통화 녹취를 통해 드러났다. 녹취 속 윤 전 대통령은 "당에서 말이 많다"며 "(윤)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 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제껏 의혹으로만 불거졌던 공천개입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스모킹 건이 된 바 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2024년 2월 18일 통화에서는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고 말하며, 김건희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 지역에서 배제하도록 주도했고, 그 기사화도 직접 챙겼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결국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변경해 출마했다.
뒤따라 '한겨레'는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의 초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며 명씨가 김 여사의 인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명 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공천을 청탁했고, 대가로 자신의 세비 8070만원을 명 씨에게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으나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명 씨 또한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또한 김건희 씨는 김상민 전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받도록 하기 위해 당시 지역구 현역이던 김 전 의원을 김해갑으로 옮기게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상민 전 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특수3부에서 근무하며 조국 전 장관 수사에 일부 관여한 인물이다.
◆ 특검, 공천 의혹 전방위 수사…'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 조사도
특검은 이번 강제수사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2020년 총선, 2021년 재보궐,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총선 등 공천 개입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명태균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도 예고됐다.

한편, 이번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강혜경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임박했다.
강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명 씨가 운영한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인물이다.
강 씨는 "81차례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이 대가로 공천 청탁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씨 측 변호인단은 지난 7일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재 특검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늘 특검 측에 먼저 연락해 자료 제출 및 출석 의사를 전달했다"며 "공익제보자 강 씨는 적극적으로 특검 수사에 협조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특검이 출범하기 전부터 수많은 자료를 정리해 준비하고 있었다"며 "특히 포렌식 자료, 계좌자료 등을 현재도 수집·정리 중으로 이렇게 준비된 자료는 수사 기간이 제한된 특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통일교 전현직 간부를 상대로 한 ‘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도 함께 진행된다. 통일교 전현 간부들은 출국금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 등 주요 관계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통일교가 김 씨에게 고가의 선물을 전달하며 ODA사업, UN 제5사무국 유치, YTN 인수 등 현안에 대한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윤모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6000만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1000만원대 샤넬 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 등 수천만 원대 고가의 명품과 건강식품 등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중 일부 물품이 김 여사의 수행원이던 유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한 총재의 뜻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검은 향후 한 총재를 직접 불러 금품 전달의 배경과 청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금품의 실질적 전달 여부, 청탁의 목적성과 실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 진술과 물증을 다각도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도이치·삼부토건·우리기술…김건희 씨 관련 주가조작 수사도 속도
김건희 씨를 둘러싼 주가조작 관련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우리기술 등 3건의 주가조작 사건을 특검법상 명시된 수사 대상으로 설정하고 주요 인물 소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유라시아경제인협회 임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어 오는 9일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 10일 이일준 현 삼부토건 회장을 차례로 부를 예정이다. 삼부토건은 2023년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한 뒤 '재건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김건희 씨와 모친 최은순 씨 명의 계좌가 '우리기술' 주가조작에도 사용된 정황이 포착돼 특검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좌 추적을 진행 중이다.
◆ 시민단체 "인사 개입·순방 특혜·마약도 수사하라" 재고발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김건희 씨의 대통령실 인사 개입 및 예산 유용 의혹 등에 대해 특검에 재고발했다. 이들은 "김건희는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을 사적으로 데려가고 나토 회의에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사람을 동행시켰다"며 "관련 고발이 공수처에서 검찰로 이첩됐지만 아무런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건희 씨와 가까운 업체 '21그램'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유병호 감사위원 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방해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하며 유 감사위원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전날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건희 씨를 둘러싼 또 다른 외압 사건으로, 백해룡 경정의 내부 폭로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고광효 관세청장, 김재일 전 인천본부세관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등 1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세청과 경찰청 수뇌부가 세관 유착 수사 브리핑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외압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3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대량 마약 밀반입 사건과 세관 공무원 유착 의혹을 수사하다가 브리핑을 앞두고 경찰청 및 관세청 고위 인사들로부터 '세관 관련 언급을 피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받았고, 당시 서울경찰청 지휘부는 수사팀에 보도자료 수정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조병노 전 경무관의 과거 관세청 근무 이력,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의 대통령실 발령, 백 경정의 경고 조치 및 인사 불이익까지 이어지며 '정권 차원의 외압'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 채 상병 사건 특검도 본격 수사…"VIP 격노" 지시 여부 조사

'채상병 특검팀'도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소환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확인하고 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 전 장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과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김 전 차장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내는 것을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과 방첩부대장의 통화 녹음을 통해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VIP 격노를 알고 있으니 폭로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부인의 통화 내역 분석을 통해 김 여사 측근과 연락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채 상병 순직사건과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정권 시절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김태효 전 차장을 1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차장은 윤석열 정권 외교·안보 라인의 실세로 꼽히던 인물로, 수사외압 의혹의 발단이 된 'VIP 격노설'이 있던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검팀 정민영 특검보는 8일 브리핑을 통해 "VIP 격노설과 관련해 2023년 7월 31일 회의 관련자를 수사할 예정"이라며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김 전 차장 조사 배경과 관련해 "당시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한 내용을 포함해 회의 이후 대통령실 개입이 이뤄진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