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역대 대통령 부인 중 헌정 사상 처음로 김건희 씨가 수사기관의 공개 소환에 응했다. 공천 개입과 주가조작, 명품 수수 등 각종 의혹의 당사자인 김씨는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김 여사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출발해 오전 10시 11분경 김건희 특검팀이 있는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도착했다. 

청사 2층에 마련된 취재진 포토라인에 선 김건희 씨는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라고 말한 후 고개를 숙였다. 이어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라고 밝히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어진 취재진들의 "국민에게 더 할 말은 없나",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은 건가", "도이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있었나" 등 질문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티타임'은 없을 예정이라던 특별검사팀은 오전 10시23분 김건희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전날 "(관행적으로 해왔던) 티타임은 예정돼있지 않다"며 "통상의 절차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건희 쪽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심야조사를 받기 힘들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25.08.06.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25.08.06. /뉴시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출석해 포토라인에 선 것은 김건희 씨가 최초다.

그간 이순자 씨(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는 2004년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으로 비공개 출석했고, 권양숙 여사(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부산지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윤옥 씨(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는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서면조사를 받았고, 2018년 퇴임 후 뇌물수수 의혹으로 비공개 참고인 조사가 시도됐으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김옥숙 씨(고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는 대기업 비자금 수수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 소환조사는 받지 않았다. 이희호 여사(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역시 '옷로비 사건'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지만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건희 본인의 검찰 조사 이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김 여사를 약 12시간 비공개로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사는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이뤄졌으며 수사 결과는 하루 뒤에야 공개됐다. 당시 검찰은 '경호와 안전'을 이유로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를 활용했다고 밝혔지만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김건희 씨를 정면으로 겨냥한 민중기 특검팀의 출범과 더불어, 그 역시 포토라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에 이어 김건희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특검 수사를 받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민중기 특검은 이날 김건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태균을 통한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를 둘러싼 청탁 의혹 등 세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씨의 출석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도 즉각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너진 국정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며 "김건희 씨는 더 이상 법망을 피해 숨을 수 없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검찰의 의전 수사, 눈 감아주기 수사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증거를 인멸하고 관계자들과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경우 즉시 구속해 법의 준엄함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민중기 특검에 요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주가조작, 뇌물수수, 공천·인사·국책사업 개입 등 반만년 역사 이래 최고권력 배우자의 이런 불법과 국정농단은 없었다"며 "수사기관까지 오라 가라 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김건희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를 포토라인에 세워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김건희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역대 정권 중 최악의 권력 사유화 범죄"라며 "권력 사유화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치고 외교까지 동원된 경위와 배후 이익구조까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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