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0./뉴시스
윤석열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0./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윤석열의 몰락은 예고된 파국이었다. 그는 스스로 탄핵의 방아쇠를 당기며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비극적 장면을 추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뿐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정치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탄핵을 넘어 사회 대개혁도 필요하다.

윤석열은 정권 초반 강골 검사 이미지를 내세우며 민심을 얻었지만, 그 이후 불통과 독단으로 고립을 자초했다. 대통령제의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적대적 정치 환경 속에서 강압적 리더십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는 결국 국민적 반발과 정당 간의 갈등만 심화시켰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적 선택은 그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의 리더십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억누르려 했고, 협치를 모색하기보다 적대적 구도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와 이를 통한 권력 유지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도박으로 끝났다. 부인 김건희를 지키고 일부 극우 세력에 매몰돼 저지른 광란은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됐다. 그는 이후에도 저항의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는 오히려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낳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그리고 그 이후

현재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상황을 넘어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설령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단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대통령 1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제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 가디언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치명적인 오판"으로 규정하며, 이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임기 내내 지속된 정치적 위기의 정점"이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윤석열이 취임 초부터 반복적으로 국민과 대립하고 국정 운영에 실패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이 이러한 긴장의 절정에서 폭발했다고 평가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 2024.12.07/사진=조은결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 2024.12.07/사진=조은결 기자

 

 

1987년 체제의 한계와 개헌 필요성…"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해왔지만, 40여 년 동안 4명의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2명이 탄핵되며 제도의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1인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급변하며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는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헌 논의의 중심은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고,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4년 중임제, 결선 투표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도입 같은 현실적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국가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

윤석열의 실패는 국민들에게 정치 개혁에 대한 새로운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방치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정략적 계산을 넘어 진정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정치권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한 외신은 윤석열의 탄핵을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했다.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는 "한국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며 이번 사태를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준 사례로 소개했음은 다행이다.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 것은 시민사회의 단결과 헌법적 가치를 재확인한 계기가 됐음은 희망적이다. 여의도 탄핵 집회에선 기성세대와 MZ세대간 통합을 이루는 축제로 승화되고 있음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 이제 윤석열의 몰락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 정치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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