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40년간 가동해온 고리 4호기가 8월 6일 설계 수명을 다하고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노후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시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고리 1호기 해체와 함께 수명이 끝난 고리 2·3호기, 그리고 오늘 가동을 멈춘 고리 4호기까지 더해 고리 1~4호기 모두가 멈추는 역사적 시점"이라며 "지금은 폐로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탈핵시민행동은 "수명연장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투명성, 안전성,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 형식적 안전성 심사와 규제기관의 무책임
단체는 특히 주기적안전성평가, 사고관리계획서 등 필수 안전 검토 자료가 법정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수년째 심사조차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럼에도 원안위가 '병행심사' 등으로 사업자 편의를 우선하며 규제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리 핵발전소의 설계는 1980년대 기준으로, 금속 부식·방사선 손상·지진 및 테러 대응 능력 등에서 오늘날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탈핵시민행동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수명연장 직전 발생했다"며, 노후 원전 계속운전은 중대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 냉각 해수온도·활성단층·밀집 위험…"위험을 중첩시키는 수명연장"
최근 해양 수온 상승으로 고리 원전의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해수온이 30도를 넘나들며 설계 해수온도(기존 27.8도)보다 최대 8.3도까지 상향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단체는 "냉각 실패는 방사성 물질 누출과 직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울산 인근은 양산단층대를 포함한 활성단층 지대로,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은 이 지역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진 취약 지역에서 노후 원전을 연장 가동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이 이뤄질 경우, 신고리 1~4호기와 신한울 1·2호기까지 더해 이 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단지가 된다. 이는 사고 시 연쇄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며, 냉각수 및 전력 공급 실패 등 복합적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 주민 배제, 형식적 절차…"민주주의에도 위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는 1999년 폐기된 미국 기준(NUREG 0555)을 '최신 기준'이라 주장하며 적용하고 있으며, 평가 내용은 주민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일방적 설명회 수준에 머물며,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단체는 "수백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임에도 주민 참여는 배제되고, 핵심 정보는 비공개 상태"라며, "촛불로 민주주의를 이끈 시민들에게 맞지 않는 비민주적 절차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탈핵시민행동은 "노후 핵발전소의 계속운전은 안전성, 정당성, 타당성 어느 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수명 연장이 아닌 책임 있는 폐로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재명 정부에 대해 고리 4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수명이 다한 고리 4호기의 운명이 단지 한 기의 원자로 운전 종료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이정표가 될 것인지는 이제 정부와 규제기관, 그리고 시민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낡은 원전을 붙들고 가는 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철학이자 가치의 문제다. 안전과 민주주의,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계속운전'이라는 선택지는 과연 설 자리가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묻고, 멈추고,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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