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심사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중대사고 대응 방안인 ‘사고관리계획서’ 심사 없이 수명연장 심의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탈핵부산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은 6월 11일 오전 서울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관리계획서 없이 진행되는 수명연장 심사는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며 심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고리2호기 인근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거주 주민 548명의 서명이 담긴 ‘중대사고관리계획 포함 심의요구서’도 함께 제출됐다.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23년 4월 설계수명을 마쳤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영구정지가 예정돼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에 따라 현재 수명연장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이달 내 기술적 검토를 완료할 예정이며, 이후 원안위의 최종 심의·의결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사고관리계획서는 아직 심사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 문서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제출과 심사가 의무화된 것으로, 중대사고 시 대응책을 담고 있다.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는 2019년 제출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주민과 환경단체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대사고 관련 질의에는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며 "2019년에 제출된 사고관리계획서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가려져 공개되어, 실질적인 검토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고리2호기는 사실상 중대사고 평가를 처음으로 적용해야 할 핵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법적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 서명 제출은 시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밝혔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한수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심사를 미루는 것은 원안위가 규제기관이 아닌 ‘면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원안위에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가치가 있는지 되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이후 단체들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과정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한 원안위의 책임을 묻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중대사고관리계획서 심의 없이 진행되는 졸속 심사의 즉각 중단을 재차 요구했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에서 절차와 법, 안전성 기준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진행될 다른 9기 원전의 수명연장 심사에도 부실이 반복될 것"이라며 "원안위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책무를 외면하지 말고, 중대사고 대응 방안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