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탈핵시민행동이 신규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며 ‘광화문 탈핵 목요행동’을 시작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며 관련 예산 확대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탈원전 기조는 밝히지 않았으나,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은 조건부로 허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탈핵시민행동, '광화문 탈핵 목요행동' 출범…신규 핵발전소 철회 촉구
탈핵시민행동은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에 반대하는 '광화문 탈핵 목요행동'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부가 수립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대형 신규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으로 마련됐다.
탈핵시민행동 최경숙 집행위원장은 "원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최악체"라며,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인한 냉각수 확보 어려움과 태풍·해파리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사례를 지적했다. 또한 "수도권에 원전을 짓자고 하면 아무도 환영하지 않겠지만, 지역 주민들은 핵폐기물까지 떠안고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의 신규 원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 공동대표는 "33번째, 34번째 원전을 막아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핵 선언이 법제화되지 못한 결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고,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은 단일 전력망에서 핵발전 비중이 30%를 넘는 유일한 국가"라며 "지금은 핵발전소를 더 지을 때가 아니라 줄일 때"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 폐기,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핵폐기물 대책 마련,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요구했다.
특히, 핵발전은 건설기간이 길고 해수 온도 상승 등으로 운영에 제약이 있으며,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풍력보다 높은 66gCO₂/kWh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광화문 탈핵 목요행동'은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핵발전의 확대를 반대하며, 탈핵을 통한 에너지전환이 기후정의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추진…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검토 중
이와 같이 시민사회가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신재생에너지 예산이 포함된 반면 원자력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또한 원자력 전반에 대한 구체적 방향도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에너지 정책과 기후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발표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문화 산업과 함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번 2차 추경안에는 신재생에너지 예산이 포함된 반면, 원자력 관련 항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원자력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한 바는 없지만, 예산 방향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발맞춰 정부조직 개편도 준비 중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 또는 환경부 확대 개편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후·에너지 정책 기능을 한 부처에 통합하는 안으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조직을 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언급했다.
하나는 환경부에 산업부의 에너지 차관실을 통합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안, 다른 하나는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부의 에너지 차관실을 떼어내 '기후에너지부'를 별도 신설하는 안이다.
김 장관은 "환경부는 새로운 탈탄소 사회로 가는 선도 부서여야 한다"며, "태양광, 풍력, 히트펌프, 전기차 배터리, 비(非)탄소 산업군 육성"을 환경부와 신설 부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 기조 자체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이라도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계속 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된 신한울 3·4호기 외의 추가 원전 신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급격한 탈원전보다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원전은 제한적으로 유지·보조하는 형태의 에너지 믹스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적정하게 믹스하면서 가는 게 대한민국의 장차 에너지 정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확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원전을 추가로 2기 짓는 것을 지난 정부 때 확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합리적으로 잘 믹스해서 대한민국이 탈탄소 사회로 빨리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신규 원전 전면 중단과 탈핵 정책 전환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향후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정부 정책의 방향에 따라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